총 2024분 중 1231분
2024
시즌 1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2: 31화 “메리 크리스마스.”
お揃いの悪夢でずうっといっしょ!
출연: 랜들 록스버그, 케일럽 랜킨
장르: 로맨스, 멜로, 범죄, 스릴러,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그리고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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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틴 호텔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삐걱거리는 풍향계였다.
 
일반 주택의 풍향계처럼 금빛 수탉이 아닌, 갈까마귀 모양의 풍향계.
 
아침을 불러오지 않는 새. 영리한 눈으로 모두를 감시하는 새.
 
그러나 마스틴 호텔에 발을 들인 순간 나는 ‘집’을 떠올렸다.
 
아늑하고, 익숙하며, 조금 질리지만 그곳을 떠날 생각은 들지 않는 집.
 
호텔을 전전해온 여행자들이 남긴 향수가 공중을 부유하다가 우리를 만나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그리움이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면, 다른 사람의 그리움을 내 것이라 착각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나는 연인과 마스틴 호텔로 왔다. 오늘은 왠지 몸이 좋지 않다.
 
동시에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내가⋯⋯
 
사랑에 빠질 것 같다.
 
img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간질이는 겨울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그랜드 마스틴 호텔의 자랑거리라고도 부를 수 있는 야외 스케이트장.
 
호텔의 뒤쪽에 위치한 커다란 아이스링크, 당신은 그곳에 있고,
 
그 위에 홀로 서 있는 건⋯⋯
 
케일럽 랜킨:⋯⋯. (그는 흰 스케이트화를 신고 아이스링크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
(혼자고, 당신의 얼굴을 보며 눈을 갸름히 뜬다.)
(자신이 아는 당신이 맞는지 가늠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한참 말이 없다.)
 
랜들 록스버그:(오늘 코트와 잘 어울리는 흰색-포인트 금색 스케이트화를 신고 가볍게 다리를 밀며 다가온다.) 오.
뭐 해?
 
케일럽 랜킨:(그제야 입을 살짝 벌린다. 입김이 새어나온다. 깜빡. 깜빡.)
(곧 기가 막힌다는 얼굴이 된다.) 아니, 아니. 잠시만.
이런 데서 만난다고?
 
랜들 록스버그:(능숙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가까이 와서, 손을 잡는다.) 안녕~.
내 생각 많이 했어?
 
케일럽 랜킨:(빙상 스포츠와는 전혀 인연이 없음을 방증하듯, 그는 맨손이다.)
(손이 잡힌다. 흠칫하며 몸을 뒤로 살짝 빼느라 잠시 휘청거린다. 넘어지지 않은 것은 순전히 당신 덕분이다.) 뭐, 뭐야.
진짜 록스버그잖아.
아니, 왜 여기에 있어?
 
랜들 록스버그:어라, 못 타?
 
케일럽 랜킨:⋯⋯.
 
랜들 록스버그:못 타는데 왜 여기 서있어? (빙상 스포츠가 능숙하기 때문에 맨손이다. 주머니에서 자신의 장갑을 꺼내 양손에 끼워준다.)
 
케일럽 랜킨:(잠시간 넋을 놓고 있었다. 송아지 가죽이 손에 닿는다. 감촉이 부드럽다⋯⋯ 고 생각했다.)
⋯⋯. (멍청한 얼굴이다가,)
⋯⋯여, 연습. (바보 같은 대답을 하고 나서야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아이 씨. 재수 없게.
연례행사처럼 만나네, 무슨. (슬며시 손을 뺀다.) 왜 온 거야?
경매?
 
랜들 록스버그:이제 와서? (양손을 붙든 채로 바로 뒤로 걸음을 끌어 나아간다. "똑바로 서.")
연인은 아니고⋯
여자애랑 호텔 놀러 오기로 했는데 바람맞았어.
 
케일럽 랜킨:("뭐 해, 잠깐. 이거 놓─" 인력. 날이 부드럽게 얼음을 가른다. 어정쩡하고 위태로운 자세의 케일럽 랜킨이 반쯤 끌려가다시피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다.)
⋯⋯잠깐, 잠깐, 잠시만. 빨라!
야! 나 미끄러진다고!
 
랜들 록스버그:원래 다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 (그리고 랜들 록스버그는 갑자기 손을 놔버린다.)
 
케일럽 랜킨:이런 미, (작용이 있으니 반작용이 있다. 케일럽 랜킨은 크게 휘청거린다.)

케일럽 랜킨

dexterity

보통

실패
89vs.60
 
(그리고 그대로 뒤로 미끄러진다. 우당탕!)
(다시 멍청한 얼굴이다. 그는 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은 채 고개만 올려 당신을 바라본다.) 아, 이 새끼가!
 
랜들 록스버그:(슝- 미끄러지듯 다가와서 쭈그려 앉는다.) 헐. 넘어졌대요.
 
케일럽 랜킨:(오기가 생겨 손목을 잡고 확 잡아당긴다.)
 
랜들 록스버그:아앗⋯♥ (그 옆에 꽈당~ 넘어졌다.)
아파, 아파.
머리에 혹 생겼을 거야. (찰싹 달라붙음.)
 
케일럽 랜킨:무릎을 처박았는데 무슨 머리에 혹이야. 미친. (슬쩍 몸 물린다.) 아이 씨⋯⋯.
호수에서 타고 싶었는데⋯⋯ 이대론 글렀어.
⋯⋯너만 아니었어도 제대로 연습해서 호수에서 탔을 거거든? (갑자기 세모눈 된다.) 거기엔 조명도 설치해 뒀다고, 저녁에 가면 예쁘댔단 말이야.
 
랜들 록스버그:그럼 계속 연습해.
내가 옆에서 자세 봐줄게. (몸을 먼저 일으켜서 내려다본다.)
 
케일럽 랜킨:(앉은 자세 그대로 잠시 올려다본다.)
(곧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다.) 호수 한가운데에 가 보고 싶어.
특히나 투명한 얼음이 어는데, 겨울이면 호수 아래 잠든 것이 얼음 가까이 뜬댔어.
너, 호수 한가운데까지 들어가도 안 넘어질 자신 있어?
 
랜들 록스버그:가면 되지. 문제가 뭐야?
난 네 살 때부터 스케이트 탔는걸.
(잡으라는 듯이 손 내밀었다.)
 
케일럽 랜킨:나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문제지. (한숨 쉰다. 날숨이 그대로 입김이 되어 허공에 몽글몽글 피어난다.)
(잠시 정적이었다가, 그가 당신의 맨손을 잡는다. 당신의 장갑을 낀 손이다.) 뒤쪽 숲, 산책로.
호수 한가운데까지 데려다만 줘. 뭐가 뜨는지 궁금해.
 
랜들 록스버그:그건 해줄 수 있지만. (잡은 손을 끌고 다시 뒤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음~ 호수는 중앙이 가장 얼음이 얄팍한 건 알지?
 
케일럽 랜킨:⋯⋯.
보고 나오기만 하면 되잖아.
 
랜들 록스버그:아하하. 괜찮아, 괜찮아. 빠져도 꺼내줄게.
 
케일럽 랜킨:양심이 있다면 그래야지. 나 아니었으면 넌 그때 불타 죽었어.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는다.)
 
랜들 록스버그:(휘청거리는 몸뚱이를 꼬옥 안아준다.) 꺄, 넘어진다~.
 
케일럽 랜킨:야, 야! (다시, 크게 휘청.) 나 넘어가⋯⋯!

케일럽 랜킨

dexterity

보통

어려움성공
23vs.60
 
(반사적으로 오른발을 뒤로 뺀다. 보폭을 벌려 중심을 잡으며 양팔로 랜들의 허리를 콱 잡는다.) 야, 떨어져. 안 떨어져?
호수 갈 거야!
 
랜들 록스버그:지금 당장 가게?
연습 더 안 해도 되고?
 
케일럽 랜킨:대단히 즐길 것도 아냐. 가운데에 뭐가 있는지만 보고 나올 거고.
떨어지라고 했다.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랜들 록스버그:추워서 그래. (바로 손 떼 손 펼쳐보인다.)
 
케일럽 랜킨:그렇겠지. (그제야 이쪽도 손 떨어뜨린다.)
몇 호야?
 
랜들 록스버그:1001호. 놀러 올래?
 
케일럽 랜킨:1001호? ⋯⋯뭐야, 바로 건너편 방이잖아.
나 참. (손 툭툭 턴다.) 나와. 슬슬 추우니까.
호수만 들렀다가 들어갈래.
 
랜들 록스버그:네에. 네. (허리를 붙잡고 스케이트 날을 밀어 링크 입구로 데리고 간다.)
 
케일럽 랜킨:야. 야! (여러 번 휘청거렸다. 어울리다 보니 어느새 꽤 멀리까지 미끄러져 나와 버렸던 탓에, 이번엔 놓으라고 하지 않았다.)
 
KP:랜들, 케일럽, 아이스링크에서 나옵니다.
지금부터 둘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본 시나리오에서는 오전에 두 번, 오후에 세 번의 탐사 기회가 주어지는데, 첫날─오늘엔 아이스링크에서 노닥거리느라 오전의 행동 기회를 소모했습니다.
따라서 오늘엔 세 번의 오후 행동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조사를 비롯하여 자유로운 선언이 가능합니다.
 
랜들 록스버그:바로 호수로 간다고 했지?
(스케이트화를 전부 벗고는 양손에 든다.) 점심은 먹었고?
 
케일럽 랜킨:(정말로 처음임을 증명하듯, 고작 스케이트화를 벗는 일에조차 꽤 오래 품을 들여야 했다.)
(한참 대답 없이 낑낑대다가 마침내 둘 다 벗는다. 양손에 든 채,) 늦게 일어나서 배 안 고파. 걸렀어.
넌 오늘 왔지? 나는 어제부터 여기에 있었으니까⋯⋯
 
랜들 록스버그:뭐, 그렇긴 한데. (케일럽의 스케이트를 들어준다. 양손에 짐이 생긴다.) 그럼 저녁까지 굶게?
아니, 그보다 너 근데 여기 왜 왔는데?
어제부터.
호수만 보려고 온 건 아닐 테고.
 
케일럽 랜킨:(잠시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자기 몫의 스케이트 채 간다.) 됐거든. 저녁은 때 되면.
(그리고 잠시 정적이었다가,) 경매.
사흘 후에 유명한 경매가 있어. 부탁을 받아서.
여자친구한테 까이고 혼자 온 놈보다야 내가 낫지. (까딱.) 호텔 뒤쪽 숲 산책로를 따라가랬어.
따라 와. 같이 가준다며?
 
랜들 록스버그:헤에. (그대로 바짝 붙어 뒤따른다.)
돈은 있고?
 
케일럽 랜킨:내가 그때도 분명 말했었던 것 같은데. (앞서 걷는다.)
돈지랄이건 돈자랑이건, 하지 말라고.
 
랜들 록스버그:경매라길래 물어보는 거 아니야.
구경만 하려는 거라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케일럽 랜킨:경매에 대신 참여해 달라고 해서 온 거야. 대금은 그쪽에서 지불할 거고. 됐어?
아니면 이런 곳에 왜 오겠냐? 누구처럼 돈이 썩어나지도 않는데. ⋯⋯아.
(하나, 둘,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불 켜진다.
 
랜들 록스버그:아, 눈부셔.
크리스마스가 곧이라고 요란하네.
 
케일럽 랜킨:(낯에 불빛이 어른거린다.)
("아. 눈부셔." 하는 순간, 케일럽 랜킨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의 코끝이며 광대 따위에 새하얀 빛이 맺혀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는 잠시간 멈추어 선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돌린다.) 호수.
다 왔다.
 
그의 말 그대로입니다. 산책로가 끝나며 둘의 눈앞에 커다란 호수가 펼쳐집니다.
 
꽁꽁 언 호수의 주변은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아직 세 시인데도 사방이 어두워, 분위기가 로맨틱합니다.
 
호수는 꽝꽝 얼었고, 한가운데까지 나아간다 해도 큰 안전 문제가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케일럽 랜킨:(다시 스케이트화를 신기 시작한다.) 대체 가운데에 뭐가 있다는 거야?
빨리 신어. 추워.
 
랜들 록스버그:흠⋯ 글쎄. (바로 옆에서 벌써 갈아신어 일어섰다.)
네시?
대왕 오징어?
 
케일럽 랜킨:(⋯⋯어떻게 저렇게 빨리 신는 거야?)
(조급하게 끈을 묶느라 자꾸 헛손질을 한다.) 이래서 마법사들은.
(리본 고리의 양끝을 잡아당겨 매듭을 짓는다. 고작 신발 하나 신는데 걸린 시간이 오 분이 넘는다.)
(천천히 일어선다. 날 때문에 잠시 휘청거린다.)
 
랜들 록스버그:(휘청거리는 걸 바로 잡아줬다.) 사이즈는 제대로 맞냐?
그러다 물집 생겨. 다음 날 걷지도 못한다.
 
케일럽 랜킨:제대로 빌렸거든? (⋯⋯라곤 하지만 솔직히 자신 없다. 개인 스케이트화가 아니니까.)
(이젠 뿌리치지 않는다.) 가운데까지만.
 
랜들 록스버그:흐으으응. (잡아끌고 호수 가운데로 걸음을 옮긴다. 작은 아이스링크장과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
(고개를 기울인다.) 속도 내도 돼?
균형만 잘 잡으면 되거든. 너는.
 
케일럽 랜킨:(랜들 록스버그의 손을 붙잡은 케일럽 랜킨은 "아니, 되겠냐?" 라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빛무리가⋯⋯)
(코끝에 고여 있어서,)
⋯⋯가운데까지만.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랜들 록스버그:(바람에 머리칼이 날린다. 작게 웃었다.)
금방 도착할 거야. (뒤로 밀던 스케이트에 속도가 난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웅웅대고.)
(붙잡은 양손 중에 하나를 풀어 몸을 돌린다.)
(5분쯤 걸었을까, 곧장 호수 가운데로 와서⋯ 한 바퀴 휭 돌며 멈춰 선다.)
 
케일럽 랜킨:(속도감이 느껴지면, 심장이 뛴다.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이곳은 빙판 위였고, 심지어는 제대로 된 아이스링크조차 아니라 고작 호수였으며, 스케이트 경험이라곤 전무한 케일럽 랜킨에게 있어 의지할 수 있는 건 랜들 록스버그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왠지 몸이 좋지 않다.)
(동시에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내가⋯⋯)
 
⋯⋯호수 중앙입니다.
 
그가 말한 대로, 호수의 정가운데인 이곳엔 맑고 깨끗한 얼음이 얼어 있었습니다.
 
그 차가운 얼음 너머, 깊은 물 속엔 무언가 검은 것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호수에 드리운 어둠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빛이 들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매우 단단합니다. 실체도 있는 것 같고요.
 
그렇게 호수 안의 ‘무언가’를 보고 있자면,
 
랜들, 당신은 문득 이상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얼음 너머 물 안은 무척이나 고요하고 따뜻해 보입니다.
 
지상은 눈보라로 가득 차 추운데, 따뜻한 물에 잠긴다면 얼마나 포근할까요?
 
물론 비합리적인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흘러드는 작금의 사태를 막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마치 어떤 문장들이⋯⋯ 머릿속을 지나가는 느낌.
 
당신이 어느 모텔에서 겪었던 것과 꼭 유사한 느낌.
 
이를테면 이런 말들.
 
그 위는 너무나 춥지.
 
나도 알아. 나도 그렇게 홀로 외로이 세상을 떠돈 적이 있어.
 
그래서 너를 너무나 보고 싶어. 너와 있고 싶어.
 
세상에 너와 같은 이는 없어,
 
네가 너무나 소중해⋯⋯.
 
그건 정말, 정말로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너무도 소중한 사람을 만났는데 잃어버렸다거나,
 
오래 그리워하던 고향이 망가져 파괴되었다거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꿈을 꾸었다거나.
 
어떤 몽마가 약속했던 '좋은 꿈'이 다시 한 번 찾아든 것만 같습니다.
 
그곳에선 쓰레기 같은 감정은 느끼지 않아도 되지요. 현실과는 다르니까요.
 
흉곽 안이 텅 빈 느낌입니다. 공허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
 
KP:랜들, 이성치 체크.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sanity

보통

2vs.70
 
헉.
 
KP:이성 1점 차감. 그래봤자 돌아갈 수 없다는 건 당신이 가장 잘 압니다.
 
케일럽 랜킨:⋯⋯스버그.
록스버그. 야!
 
랜들 록스버그:⋯⋯.
⋯응.
어? 응.
 
케일럽 랜킨:얘 왜 이래.
정신 안 차려? (엉거주춤 서 있다.)
 
랜들 록스버그:⋯⋯. (문득 웃는다.) 여기 좋다.
랜킨, 보고 싶었던 호수 바닥은 봤어?
 
케일럽 랜킨:아무것도 없잖아.
시간 낭비했어. 그럼 그렇지.
(한숨 쉰다.) 객실 안에 쪽지가 있었거든⋯⋯, 도발하는 듯한.
무작정 왔던 건데, 아무것도 없었잖아. (고개를 까딱인다.) 돌아갈래. 추워.
 
랜들 록스버그:뭐라고 써져 있었는데?
 
케일럽 랜킨:(대답하는 대신 재킷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곧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여 준다.)
 
케일럽이 꺼내 보여 준 것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종이 쪽지입니다.
 
푸른 잉크로 쓰인 것인데, 윗면에 10공 펀치 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보아 수첩에서 뜯어낸 종이인 듯싶습니다.
 
랜들 록스버그:마법사가 장난친 걸까?
(주머니에서 지팡이를 꺼내 종이를 톡톡 두드린다.)
 
KP: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팡이 끝에서 노란 불꽃이 폭죽처럼 튑니다.
 
케일럽 랜킨:(그건 예상하지 못했다. 조금 자존심 상한 낯이 된다.)
돌아가자고.
 
랜들 록스버그:(웃다가 손을 놔버린다.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게 천천히.)
두고 가야지.
(그리고 그대로 뒷걸음질하기 시작한다.)
 
케일럽 랜킨:(놓친다. 손을. 반사적으로 눈을 크게 뜬다.) 잠깐만.
너, 너⋯⋯, 야!
(그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빙판 위에 서 있다. 당신도 알다시피 얇은 날로 중심을 잡고 가만히 서는 것은 움직이는 것보다 어려워서, 그는 금세 위태로운 자세가 된다.) 잠시만, 야!
 
랜들 록스버그:(놀리듯이 케일럽의 주위를 빙그르르 돌기 시작한다.) 빨리 안 나오면 얼음 깨진다?
 
케일럽 랜킨:아, 이 새끼. (이를 악문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애처롭게 도우러 오기만을 기다리는 작자는 물론 아니었다.)
(상대가 당신이라 더 그렇다. 그가 바들바들 떨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너 잡히면⋯⋯,

케일럽 랜킨

dexterity

보통

대실패!
100vs.60
 
(⋯⋯그렇지만, 몸이 꼭 생각에 맞추어 따라 주는 건 아니라서,)
(그는 아주 성대하게 넘어져 빙판 위를 굴러 버리고 말았다.)
 
KP:ㅋㅋ HP 3점 차감합니다.
 
랜들 록스버그:아.
(자, 잠깐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서 굳어버린다.)
(그렇게 메두사를 만난 사람처럼 돌이 되다가⋯ 삼 초만에 퍼뜩 풀려 버려서 황급히 가까이 뛰기 시작한다. 근데 얼음 위에서 뛸 수 있을 리가.)
(한 번 크게 휘청이고 균형을 잡고. 곧바로 정신 차리고 목소리 높여서 소리친다.) 야, 야⋯!!
(바로 옆으로 날아오듯 급하게 다가온다.)
케, 케일럽!? 괜찮아?
살아있어?? (쭈그려 앉아서 얼굴 뺨을 두드린다.)
 
케일럽 랜킨:(무릎도 팔꿈치도 죄다 갈렸고, 정말로 요란하게 굴러서 온몸이 욱신욱신 쓰라리다. 혀를 깨무는 바람에 입안에서 피 맛이 났고 근육이 놀라 왼쪽 발목엔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더 문제인 건⋯⋯)
(존나 쪽팔려⋯⋯)
(죽고 싶어⋯⋯)
(그래서 입 다물고 누워 있는다. 양손 가지런히 모아서 배 위에 올린다.)
 
랜들 록스버그:야⋯ 야아~!!
죽은 줄 알았잖아!!
 
케일럽 랜킨:말 걸지 마.
죽을 거야.
 
랜들 록스버그:귀여운 소리 좀 그만해.
 
케일럽 랜킨:꺼져. 사라져.
 
랜들 록스버그:자, 자. 몸 일으켜. (얼굴 쓸어서 눈 털어주고 손 내민다.)
 
케일럽 랜킨:사라지랬다. (이 악물고 손 팍! 뿌리쳤다가⋯⋯)
아니, 씨발. 생각해 보니까 빡치네.
(눈 번쩍 뜨고 냅다 손 낚아친다.) 야, 이 새끼야.
(그대로 힘을 주어 잡아당긴다.) 갑자기 놓는 게 어디 있어? 뒤질래?
 
랜들 록스버그:어, 어, 어이쿠. (그대로 끌려 들어가서 또 꽈당 넘어진다.)
아파. 차가워. 추워.
⋯배고파.
 
케일럽 랜킨:너 때문에. 이 새끼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너 때문에.
 
랜들 록스버그:(다시 꼬오옥 붙어서 끌어안는다.)
 
케일럽 랜킨:놔. 안 놔? (얼음 위에서 좀 바둥거리다가⋯⋯ 포기한다. 온몸에서 힘을 뺀다.)
(이제 고작 서너 시일 텐데 하늘은 어둡고, 기온이 낮아 코와 귀끝이 새빨갛게 얼었다. 사방에 흰 불빛이 어른거린다. 말할 때마다 입김이 핀다.) 아.
너 진짜 짜증나.
 
랜들 록스버그:좀 놀리고 다시 데리러 가려고 했단 말이야.
(입김이 새하얗게 나오며 웃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난다. 그렇지?
우리 매년 이 시즌에 만나는 것 같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인데, 네 성격에 그럴 것 같진 않고.
그러면~~~ (뒷말을 기다리듯이 말꼬리를 늘린다.)
 
케일럽 랜킨:⋯⋯닥쳐. 우연이야. 넌 말이 너무 많아.
(앓는 소리를 낸다.) 일어나! 들어갈 거야.
아파. 차가워. 춥고 너 때문에 이제 배까지 고파.
어쩔 거야, 이거? 너랑 있으면 쓰레기 같은 감정뿐이야!
 
랜들 록스버그:그럼 내가 다 먹어치워 줄게. (아무 근거 없는 말을 뱉으면 몸 일으켰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해가 뜨지 않겠지.
일어나자. 밤이 길어. (이번엔 다시 제대로 손을 내밀었다.)
 
케일럽 랜킨:(잡는다. 뿌리치지 않는다.) 아, 아아⋯⋯ 아파. 씹. 너 때문이야.
 
랜들 록스버그:(눈치 보듯 눈 깜박거렸다.) ⋯⋯.
어, 업힐래?
 
케일럽 랜킨:⋯⋯.
됐거든? (팍 떠민다.) 빨리 가기나 해. 여기서 나갈 거야. 호텔은 따뜻하겠지.
(솔직한 심정: 4초간 솔깃했다.)
 
랜들 록스버그:아프다며, 뼈, 뼈 부러진 거 아냐?
머리통 박살난 거 아냐?
(일단 냅다 몸 수그린다.)
 
케일럽 랜킨:나 잘 서 있는 거 안 보이냐? (갑자기 어이없는 얼굴이 됐다가⋯⋯)
(⋯⋯뭔가 생각하고 한 대 팍! 친다.) 가라고 했다.
 
랜들 록스버그:너⋯ 너 갑자기 쓰러지면 안 된다!?
(그리고 잠깐 멈칫하다가⋯ 곧장 일어서서 데리고 간다. 호수의 입구로.)
 
KP:다행스럽게도 케일럽은 무사히 따라 나왔습니다. 둘은 호수의 입구까지 별 무리 없이 도착합니다.
앞으로 두 번의 오후 행동 기회가 남았습니다. 자유로운 선언이 가능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나요?
 
랜들 록스버그:그래도 저녁은 먹어야지.
룸 서비스로 할래? 아니면 식당 가자.
 
케일럽 랜킨:(아니면)
그래. 너 때문에 갑자기 엄청 배고파졌어. (다시 낑낑대며 스케이트화의 리본을 끄른다.) 레스토랑⋯⋯
레스토랑⋯⋯ 몇 층이었더라. 로비 들러서 팜플렛 가져가야겠어. (깜빡.)
(케일럽 랜킨은 문득, 자신이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랜들 록스버그와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오묘한 얼굴이 된다.)
 
랜들 록스버그:잠깐, 잠깐만.
 
케일럽 랜킨:왜, 또. 이 성가신 놈.
 
랜들 록스버그:속 터지겠어. 멍청아. (케일럽 바로 앞에 앉아서 남은 한쪽 빠르게 버클 풀어서 벗겨준다.)
 
케일럽 랜킨:⋯⋯.
 
랜들 록스버그:(그리고 그 앞에 신발 던진다.) 자, 자. 얼어 죽겠다. 이러다가.
가면서 얘기 해.
 
케일럽 랜킨:(그는 아주 오묘한 표정으로 제 신발을 벗기는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케일럽 랜킨

power

보통

실패
44vs.25
 
(역시 못 참겠다. 갑자기 머리 한 대 빡!!!!! 하고 친다.)
(짜증스럽게 신발 신느라 뒤축이 다 구겨진다. 성큼성큼 먼저 걷기 시작한다.)
 
랜들 록스버그:(갑자기 머리통을 치고 지나가는 묵직한 손길에, 랜들은 눈가가 핑 돌았다.)
(보통 그는 자신이 하는 말 중에서 처맞을 짓과 처맞지 않을 짓을 명확히 구분하고 행하는데, 이번 건 명확하게 후자라서.)
(몹시 존나 굉장히 억울하다는 눈으로 올려다봤다.) 뭐야, 씨발!?
 
케일럽 랜킨:(벌써 조금 앞서 갔다.) 오기나 해, 씹새끼야!!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도착한 로비입니다.
 
그랜드 마스틴 호텔은 그 특유의 역사가 있는 탓에, 조금 경박해 보일 정도로 돈을 아끼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실내 장식은 어두운 갈색과 호박색, 주황색 톤이고, 특히 로비는 허영에 찌들어 있어 갑갑하다는 인상마저 줍니다.
 
1960년대에 지어진 호텔치곤 당혹스러울 정도로 고풍스러움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네저리였다는 과거의 수치심이 남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KP:랜들, 케일럽, 호텔 로비에 도착합니다.
평범하게 손님들이 오가고 있고, 호텔리어들이 일일이 친절하게 웃으며 그들의 체크인을 돕습니다.
로비의 카운터 구석엔 팸플릿이 있는데, 이를 습득할 경우 추후의 조사를 위한 모든 장소의 운영 시간과 행사 예정을 알 수 있습니다.
뒤쪽으로는 호텔의 지배인인 짐 웨이츠의 사무실이 보입니다. 문 옆에는 화재 조심 포스터가 붙어 있네요.
 
케일럽 랜킨:(벌써 피곤한 얼굴이다. 그는 객관적으로 이런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
 
랜들 록스버그:흐으음.
(바로 앞에서 고개 살짝 숙인다. 눈이 맞는다.) 이런 장소와 어울리지 않아서 피곤하다는 얼굴.
 
케일럽 랜킨:⋯⋯사람 함부로 쳐다보지 마. (한손으로 얼굴 민다.)
(팸플릿 뽑는다.) 저녁 시간 확인 좀⋯⋯ 잠시만.
 
팸플릿
 
KP:팸플릿을 습득합니다. 해당 팸플릿에 기재된 정보를 활용하여 조사할 수 있습니다.
 
케일럽 랜킨:(팔락팔락 넘기다가,) 사 층. 여섯 시부터 열 시⋯⋯ 지금 딱 좋네.
바로 갈 거지? 저녁 먹으러.
 
랜들 록스버그:손 줘 봐.
 
케일럽 랜킨:(깜빡.) 왜.
 
랜들 록스버그:(손 내밀었다.)
 
케일럽 랜킨:(미묘한 눈으로 보다가 슬금 내민다.) 왜. 두 번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장갑을 안 돌려줬다. 뒤늦게 깨닫는다.) 기다려. 올라가서 줄 테니까.
 
랜들 록스버그:(재킷과 안의 티셔츠를 한 번에 붙잡아 걷어본다.)
호텔에도 의무실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
 
케일럽 랜킨:⋯⋯야, 야! 너 지금⋯⋯, (순식간이다. 팔꿈치 바로 위까지 소매가 말려 올라간다. 까진 팔꿈치와 시퍼런 멍 따위가 드러난다.)
됐거든? 까진 걸 가지고.
밥 먹으러 가자고.
 
랜들 록스버그:이런 걸 방치하니까 흉이 지는 거야.
(식당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따 내 방으로 와. 구급 상자 안에 있거든.
 
케일럽 랜킨:미안한데, 자라면서 흉 한두 개쯤 안 생기는 애가 어디 있냐? 네가 이상한 거야.
(그러면서도 뒷말엔 대꾸 안 한다─거절도 부정도 안 했다 이거다. 따라 걸음을 옮긴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입니다. 마침 저녁 타임이 막 시작되었습니다.
 
입구의 지배인이 둘의 카드키를 확인하고선 내부로 둘을 안내합니다.
 
현재는 다이닝 코스 대신 뷔페가 운영되고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만,
 
???:(입구 쪽 테이블에 앉은 누군가 랜들에게로 다가온다.) 저기.
(애처로운 인상의 우아한 귀부인이다. 적갈색 곱슬머리를 높이 틀어올려 묶었고, 척 봐도 값비싼 장신구를 몇 개씩이나 달고 있다.) 실례합니다. 방금 입장하실 때⋯⋯,
1001호 분이라고 하셨던 것 같아서요.
 
랜들 록스버그:(어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대신 고개만 들며 웃어준다.) 네, 어쩐 일이시죠?
 
???:(그녀의 목적은 명백히 당신에게 있는 것 같았다.) 아, 아아. 그렇군요. 어머나⋯⋯.
반가워요⋯⋯ 1001호의 투숙객 분.
저는 910호에서 묵고 있어요. (잠시 정적이다가,) 아아,
별 건 아니에요. 그냥 1001호의 투숙객이라고 하셔서, 궁금해서요.
제 옛 연인이 그 방에 묵었거든요⋯⋯.
⋯⋯실례지만, 혹시 성함이?
 
랜들 록스버그:오, 이렇게 로맨틱한 이유라면 물론 환영이죠.
시어도어 록스버그입니다. 대학생이고요.
합석하시겠어요? 아.
(케일럽 쪽으로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린다.) 괜찮지?
 
케일럽 랜킨:(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던 참이었다.)
마음대로 해.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한다.)
 
???:어머, 그렇다면 사양 않고⋯⋯.
(허둥거리며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간 그녀는 곧 작은 핸드백을 들고선 돌아온다. 원형 테이블이었던지라 랜들과 케일럽 사이에 앉은 꼴이 되어 버린다.)
(흰 장갑을 벗는다. 귀에서 커다란 귀걸이가 달랑거린다.) 만나서 반가워요.
 
레드그레이브 부인:레드그레이브예요. (랜들에게 손을 내민다. 악수하자는 양.)
 
랜들 록스버그:(손수건으로 손을 닦던 참이었다. 내미는 대로 능숙하게 손을 뻗어 맞잡는다.) 반가워요, 부인.
호텔엔 종종 머무시는 모양이에요.
그 옛 연인이라는 분은, 1001호가 고정 객실이었던 모양이죠?
 
레드그레이브 부인:(손을 오래 붙잡았다가 놓는다. 이쯤 랜들 록스버그가 눈치챘을 사실 하나, 이 여자.)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다.)
(그녀는 고개를 느릿이 주억인다.) 아아, 네. 그래요. 저와 그의 고정 객실이었죠. 저는 910호, 그는 1001호⋯⋯.
⋯⋯아! 식사를 주문해야지. 뭘 드시겠어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제가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어서요.
이 호텔, 뷔페로 운영하는 시간에도 따로 식사 주문이 가능하답니다. 그 편이 훨씬 낫지요. (어투에서 그녀가 정말로 이 호텔의 단골임이 티가 났다.)
 
랜들 록스버그:그렇군요. 그러면 마다하지 않고⋯ 주문부터 해볼까요. (보통 랜들은 이런 상황에서 호의를 거절하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순순히 그러겠다고 했다. )
(보통 이런 값비싼 호텔에서, 같은 자리를 오래 지킬 정도로 부티가 나는 사람들은 선심 쓰기 좋아하는 것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부인께서 좋아하는 메뉴를 저도 먹어보고 싶은데요.
추천해 주시겠어요?
 
레드그레이브 부인:(그러자 귀부인은 양손을 모으고 해사하게 웃었다.) 기꺼이 받아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기뻐요.
(이윽고 종을 울려 종업원을 불러낸 그녀는 어린 송아지 고기로 만든 스튜와 양고기 스테이크, 어린잎 샐러드 따위의 복잡한 메뉴들을 주문한다.)
(그녀의 신경은 온통 당신에게 쏠려 있는것 같다; 그녀는 케일럽에게 의사를 묻지 않았고, 기실은, 그가 현재 한 테이블에 있다는 사실조차 잠시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주문을 마친 그녀는 이제 몸을 아예 당신 쪽으로 돌린다.) 1001호의 투숙객을 만나게 된다면, 꼭⋯⋯,
꼭⋯⋯ 무언가를 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가 떠난 이후로 십오 년 동안, 1001호에 새 투숙객이 들지 않았거든요⋯⋯.
 
랜들 록스버그:어, 그래요?
어째서죠?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둬야 할 이유가 따로 있기라도 한 건가요?
 
레드그레이브 부인:그건⋯⋯,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새 투숙객이 들지 않더군요. 매주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확인했는데도 그랬죠. 1001호에 새 투숙객이 든 건 십오 년 만이에요.
제가 얼마나 반갑게 여기고 있는지 가늠이 되시나요, 록스버그 씨?
 
랜들 록스버그:으음~⋯ 신기한 일이네요. (그건 호텔 관리인들이 일부러 비워두지 않은 이상에야⋯⋯) 하지만, 그것보다도.
십오 년 전의 연인을 아직도 잊지 못하셨다는 건 조금 낭만적인 것 같을지도요.
(포갠 양손을 턱에 가져다 댄다.) 이렇게 사려 깊고 아름다운 부인과 헤어질 결심을 하다니, 그분도 참 운이 없으시네요.
 
레드그레이브 부인:(그녀가 커다란 눈을 깜빡인다. 보랏빛 눈동자가 감길 때마다 긴 속눈썹이 뺨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
⋯⋯록스버그 씨께선, 꼭, 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마침 그도 당신 같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어요. 숲 같은 녹색의⋯⋯,
 
그녀의 말을 끊고 식사가 서빙됩니다.
 
과연 그랜드 마스틴의 레스토랑답습니다. 한 끼에만 수백 달러를 호가할 것 같습니다.
 
레드그레이브 부인:(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수다도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짧은 식전기도를 마친 후,) 록스버그 씨.
괜찮으시다면, 혹시 저녁 식사 후 저와 산책이라도 하지 않으시겠어요?
이 호텔의 정원은 무척 섬세해요. 게다가 슬슬 크리스마스니,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해서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을 테지요.
당신과 함께 걷고 싶어요.
(당신은 알 것이다. 보통 이런 값비싼 호텔에서, 같은 자리를 오래 지킬 정도로 부티가 나는 사람들은 그렇게 강경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랜들 록스버그:흐음⋯ (기도는 하지 않았지만, 상대의 묵념이 끝나기 전까진 손을 무릎에 둔다. 그리곤 서빙되어 나온 새끼 양을 익숙하다는 듯 나이프로 썰기 시작했다.)
부인께서는 이 호텔에 얼마나 묵고 가실 예정일까요?
 
레드그레이브 부인:늘 달라요. 원하는 만큼 연장하곤 하니까.
하지만 이번에 드디어 1001호의 투숙객을 만났으니, 괜찮다면 록스버그 씨께서 떠나는 날 함께 떠나고 싶군요.
 
랜들 록스버그:네, 그럼⋯ 오늘 밤은 좀 선약 때문에 어려울 것 같고. (얌전히 먹고 있을 케일럽 쪽으로 웃어준다.)
아, 부인도 혹시 참여하시나요?
마스틴 재단 주최 경매, 이 호텔에서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케일럽 랜킨:(고개도 안 든다. 당신 얼굴을 보긴 했는지 모르겠다.)
 
레드그레이브 부인:⋯⋯아! 그 경매.
그럼요, 이 호텔에 온 이상 경매는 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전 세계의 내로라한 수집가들이 입장권을 얻어내고 싶어 안달인 걸요. 후후⋯⋯.
어머, 혹시 수집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제가 도와 드릴 수도 있는데⋯⋯.
 
랜들 록스버그:네, 그럼 그 경매가 끝나면 같이 걸으시겠어요?
마침 저도 특별히 일정을 잡아두고 온 건 아니라, ("방학시즌이기도 하고요." 작은 비밀을 말하듯 속삭인다.) 언제 출발해도 괜찮을 것 같군요.
 
레드그레이브 부인:(그녀는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기이한 얼굴이 되어, 웃는다.) 그래요.
그래 주신다면, 저는 정말⋯⋯ 정말로⋯⋯, 정말로 기쁠 것 같아요⋯⋯.
그때 꼭⋯⋯, (더 말을 잇지 못한다. 황급히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낸 그녀가 제 눈가를 찍어내더니,) 죄송해요⋯⋯.
죄송해요. 아⋯⋯ 이런 실례를. (자리에서 일어선다.)
시간도 늦었겠다, 저는 먼저 올라가 볼게요. 신사 분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부끄럽네요.
그럼 안녕히, 1001호의 투숙객 분. 저는 언제나 이 호텔에 있어요. 말씀드렸다시피 910호예요.
혹 말동무가 필요하시다면 꼭, 꼭 저를 찾아 주세요. 부디 때나 상황을 개의치 마시고⋯⋯ 아시겠죠?
 
랜들 록스버그:아, 그, 그럼요. (갑작스럽게 눈물을 터트리는 여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황급히 꺼내려던 손수건을 주머니 속에 마저 두고 일어서서, 조금 안절부절못한 상태로 귀부인의 그녀를 보내주었다.) 모셔다 드릴까요?
 
레드그레이브 부인:(차마 등을 돌리지 못한 그녀가,) 아, 아아, 괜찮아요. 괜찮⋯⋯,
⋯⋯레, 레스토랑 입구까지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랜들 록스버그:물론이죠. (케일럽 쪽을 보며 안색을 살피다가, 바로 일어서서 부인 옆으로 간다.)
(그리고 걱정되듯 그녀를 레스토랑 입구까지 함께 걸었다가, 손등에 입 맞춘 다음에 정말로 보내줬다.)
 
KP:그렇게 해서 자리로 돌아오던 랜들, 강제 듣기 판정!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listen

보통

실패
84vs.65
 
 
KP:자리로 돌아오던 랜들, 어쩐지 시선을 느낍니다.
손님들 중 일부가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곧 시선을 돌립니다만, 어쩐지 계속해서⋯⋯
계속해서⋯⋯ 당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당신에 대해서 무언가 수근거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알아 듣기가 어렵습니다.
 
케일럽 랜킨:(아마 당신이 조금만 더 집중하고 귀를 기울일 여력이 있었다면, 그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집중을 흩뜨린 것은 그다. 케일럽은 자리에서 일어나 있다.)
 
랜들 록스버그:으응? (그 모습을 아무런 의구심 없이 올려본다.)
벌써 다 먹었어? 뭐야, 반은 남겼네.
 
케일럽 랜킨:(그는 아마 당신을 무시하고 가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 진짜 이 씹새끼 개빡쳐서 견딜 수가 없네⋯⋯)
(결국 뒤 돈다.) 너 다 처먹어.
왜? 아주 다 처먹고 910호인지 810호인지 가서 뒹굴기까지 하고 와. 사이 좋더라?
 
랜들 록스버그:⋯왜 성질이야? 같이 먹기로 했잖아.
그리고 너도 그분이랑 합석할 때 별말 없었고.
도대체 뭐가 문젠데?
 
케일럽 랜킨:(말문이 턱 막힌다. 랜들 록스버그가 맞는 말을 해서가 아니다. 씨발 이 새끼 진심인가?)
아⋯⋯.
하⋯⋯.
(존나 큰 한숨 쉬고 다시 몸 돌린다.) 어. 문제 없지. 문제 없으니까 마저 먹고 오라고. 난 갈 거니까.
 
랜들 록스버그:가지 마. (나이프를 내려둔다.)
다 먹을 때까지 옆에 있어.
 
케일럽 랜킨:아아. (그는 다시 몸을 돌린다.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한다.) 왜?
떠드느라 못 처먹었어? 그랬겠지. 그런데 난 입 다물고 있었어서 배불러.
 
랜들 록스버그:디저트가 아직 안 나왔거든.
한 입만 먹고 가.
 
케일럽 랜킨:그 여자 취향으로 골랐겠지.
별로 입맛에 맞을 것 같지 않은데. 아냐?
 
랜들 록스버그:(눈 깜박깜박⋯)
혹시 이거 질투?
 
케일럽 랜킨:(다시 몸 돌린다.)
꼭 삼 인분 디저트 다 처먹고 와라. 꼭이다.
 
랜들 록스버그:솔직하지 못하긴.
방에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어, 그럼~.
 
케일럽 랜킨:(대답 없이 발을 구르며─명백히 일부러─걷던 케일럽 랜킨,)
(⋯⋯식당의 입구까지 갔다가, 잠시 멈추었다가,)
(황급히 몸을 물려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온다. 그 즈음 당신은 삼 인분의 디저트를 받았을 것이다.) 야. 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랜들 록스버그:(수플레를 한입 포크로 밀어 넣는다.) 응?
 
케일럽 랜킨:(다소 질린 낯이다. 상체를 숙인다.) ⋯⋯.
"저 사람이야. 1001호."
"나도 말 걸어 보고 싶어."
"한 번만 모른 척 만져 보면 안 되나?"
 
랜들 록스버그:응?
으응⋯?
 
케일럽 랜킨:못 들었어? 저렇게 떠드는데?
 
랜들 록스버그:으응⋯ 잘못 들은 거 아니야?
아, 혹시 내 무대를 봤던 사람들인가?
 
케일럽 랜킨:겠냐? 좆밥아.
 
랜들 록스버그:(근데 나 1학년인데?) 우.
 
케일럽 랜킨:(미간 세차게 구긴다. 손목을 잡아챈다.) 일어나.
돌아갈 거야.
 
랜들 록스버그:어?
어, 어?
어디를!?
 
케일럽 랜킨:객실로, 씨발⋯⋯ 그럼 저걸 계속 듣고 있겠다고?
미네저리의 동물들이라도 된 기분이잖아⋯⋯.
 
랜들 록스버그:에이, 그냥 예비 연예인을 향한 관심⋯ (수플레 하나만 챙겨서 그냥 질질 객실로 끌려간다.)
 
KP:케일럽은 당신의 손목을 잡고 식당 바깥으로 나갑니다. 식사를 다 마치지 못한 당신은 질질⋯⋯ 끌려갑니다.
 
엘리베이터입니다. 한무더기의 손님들이 이미 타 있습니다.
 
마침 근처의 하루 일정이 끝난 모양입니다. 버튼이 주르륵 눌립니다.
 
이 호텔의 객실은 5층부터 10층까지이고, 모든 층의 버튼이 눌렸으므로 아마 빠짐없이 설 듯싶습니다.
 
그런데, 5층의 문이 열리는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퍼집니다.
 
“사람이 죽었어요!”
 
정적이 순식간에 박살납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방을 메웁니다.
 
근처에 있던 호텔 직원들과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이 황급히 뛰쳐나갑니다.
 
케일럽 랜킨:(사람에 치인다. 반쯤 밀리다시피 하며 함께 나간다.)
 
랜들 록스버그:(흠칫 놀라서 따라간다.) 야, 야⋯!!
 
사람들이 가리키는 것은 503호.
 
문은 열려 있고, 소리를 지른 메이드는 직원의 부축을 받아 일어서고 있습니다.
 
잔뜩 모여서 웅성거리는 사람들 너머로 얼핏 방 내부의 풍경이 들여다보입니다⋯⋯
 
⋯⋯열린 창문으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쏟아집니다.
 
바로 그 창가에 기대어, 머리가 날아간 시체가 주저앉아 있습니다.
 
시체의 오른손엔 권총이 들려 있고 주변은 피투성이로 더럽습니다.
 
채 풀지 않은 침대의 짐에도 피가 튀어 있고, 벽과 바닥은 뼛조각과 그 밖의 끈적거리는 것들로 엉망입니다.
 
KP:랜들, 케일럽, 이성치 체크 진행합니다.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sanity

보통

14vs.69
 
 
케일럽 랜킨:

케일럽 랜킨

sanity

보통

실패
75vs.25
 
 
랜들 록스버그:(케일럽 정신머리 존나 구박한다.)
 
케일럽 랜킨:난 전쟁 안 겪었어!!!
 
KP:랜들 이성 1점 차감, 케일럽 이성 2점 차감.
현재 위치는 503호, 시간은 저녁.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방을 배회하는 사이 둘은 방 내부를 가볍게 둘러보며 조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조사는 필수가 아니며 아예 생략하거나/진행 도중 임의로 종료하셔도 무방합니다.
조사를 원할 경우, 협탁의 수첩 시체, 남자의 짐, 창문 정도를 살필 수 있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웅성거리는 사람 사이로 패닉에 빠진 케일럽의 손을 붙잡는다.) 랜킨.
정신 차려.
상태가 안 좋으면 방으로 가. 내가 데려다줄 테니까.
 
케일럽 랜킨:⋯⋯. (낯이 창백하게 질려 있다.)
아니⋯⋯ 잠깐⋯⋯,
싫어⋯⋯. (깜빡. 깜빡.) 안 올라갈 거야?
 
랜들 록스버그:난 방이나 좀 바꿀까 싶은데⋯⋯ (그 순간 스쳐지나간 귀부인의 우는 모습.) 아⋯ 음.
네 방에서 자도 괜찮아?
베드 퀸사이즈지?
 
케일럽 랜킨:잠깐, 내 방에서? (깜빡. 깜빡.) 왜.
1001호 투숙객 소리가 아니꼬와서?
 
랜들 록스버그:그런 건 아닌데⋯⋯ (말끝을 흐린다.)
언제나 안전을 유의하자는 마음?
 
케일럽 랜킨:(숨을 한 번 탁 뱉는다.) 하아⋯⋯.
알아서 해. 방은 넓었으니까. (그러다 말고 헛구역질한다.) 피 냄새.
(손에 든 수플레 흘끔.)
 
랜들 록스버그:(입으로 가져가던 수플레에 시선이 닿자,)
(그대로 멈춘다.) 어⋯
먹⋯을래?
 
케일럽 랜킨:(기가 차서 뭐라 할 말도 없어져 버렸다.)
됐어. 처먹어. 아⋯⋯,
너 때문에 긴장 다 풀렸어. 미친⋯⋯.
 
랜들 록스버그:잘 됐네. (헤헤 웃으면서 수플레 한입에 넣는다.)
 
케일럽 랜킨:

케일럽 랜킨

power

보통

극단적성공
2vs.25
 
(다행이다.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 면했다.)
 
랜들 록스버그:(그리고 양손이 비면 그제야 손을 탁탁 쳐내고, 시체 구경이나 하러 간다.)
 
KP:머리통이 날아간 시체입니다. 오른손엔 커다란 권총이 쥐여져 있습니다.
흠⋯⋯ 랜들은 전쟁 중 시신을 보긴 했겠죠? 다만 권총 자살한 시신을 본 적은 없거나 드물 거고.
더 정보를 원한다면 의료 관찰력의 복합 판정.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spot hidden

보통

실패
88vs.65
 

랜들 록스버그

medicine

보통

실패
70vs.1
 
 
KP:응ㅋㅋ 전혀 가망도 없어ㅋㅋ 교육이나 지능 어려운 성공이면 딜.
 
랜들 록스버그:(분명 대학 입시할 때 포트폴리오로 작성한 권총 자살 자료조사에서 봤던 기억을 더듬는다.)

랜들 록스버그

education

보통

성공
45vs.60
 

랜들 록스버그

bonus / penalty

5
 
 
KP:전혀 가망도 없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케일럽 끌고 온다.)
 
케일럽 랜킨:아. 우웩. 싫어!
야! 싫어! 싫다고!

케일럽 랜킨

intelligence

보통

실패
90vs.70
 
 
랜들 록스버그:야.
저기요.
너 바보야?
 
케일럽 랜킨:야, 아니, 그럼 사람 죽은 현장에서 내가 대체 뭘 눈치채야 하는데?
 
KP:ㅋㅋ 좃뺑이 친 게 귀엽고 안쓰러워서 하나 알려드립니다. 남자의 손에서 권총을 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화약 냄새도 없고, 총을 쏠 때 으레 나타나곤 하는 화상 자국도 없습니다. 남자의 시신은 지나치게 깨끗합니다.
 
랜들 록스버그:(돌려받은 장갑을 낀 채로 협탁의 수첩을 들어올린다.)
 
KP:통상적인 수첩 모양은 아니다 했더니, 형사수첩이었습니다. 이 남자는 아무래도 형사였던 모양입니다.
남자의 이름은 미겔 헥터, 나이는 45세.
이렇다 할 정보를 찾기는 어렵습니다만 최근에 수첩을 뜯어낸 흔적이 있고, 글은 푸른 잉크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KP:관찰력 판정!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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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공
49vs.65
 
 
KP:창문 바로 아래, 덤불에서 무언가 반짝거립니다.
다만 자세히 알기 위해선 호텔 1층의 정원까지 내려가 덤불을 살펴야 할 듯싶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케일럽. 케일럽.
케일럽 케이 랜킨~!
 
케일럽 랜킨:(엉거주춤하게 서 있다가 고개 든다. 꼭 이럴 때만 이름이라고 지적하진 않았다.)
조용히 해. 크게 부르지 마.
 
랜들 록스버그:(케일럽의 어깨를 끌고 덤불 쪽을 가리킨다.) 저기, 뭔가 보여?
 
케일럽 랜킨:(맥없이 끌려 온다.) 아, 아 씨.
뭐가 보인다는 거야? 하나도, (눈매가 갸름해진다.)

케일럽 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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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실패
82vs.70
 
하나도 안 보여.
 
랜들 록스버그:그렇군.
랜킨 조수.
1층 다녀와.
 
케일럽 랜킨:하아?
 
랜들 록스버그:갖다와서 뭔지 알려주도록.
 
케일럽 랜킨:잠깐, 무슨 헛소리야? 뭐가 있다는,
 
둘이 아웅다웅 만담하던 사이, 한 메이드가 당신들에게로 다가옵니다.
 
메이드:(아까 시신을 발견하고 휘청거렸던 바로 그 메이드다.) 아, 안녕하세요.
지금 책임자가 올라오고 계셔서, 이제 그만 방에서 나가 주십사 하고⋯⋯.
⋯⋯아! 며, 몇 호실에 묵으시나요? 이, 이런 사고가 발생했으니만큼, 따로 보상안을 강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랜들 록스버그:(뒤로 들려오는 메이드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아, 저희는 사실⋯ (적당히 꾸밀 말을 찾는다.) 사설탐정이에요.
 
메이드:으에?
 
랜들 록스버그:아무튼, 경찰 관계자 분이 오셨다니 저희는 방해되지 않게 자리를 옮겨볼게요!
가자, 조수. (케일럽의 어깨를 끌고 나가면서 남자의 짐을 힐끔 본다.)
 
메이드:아, 아앗, 아. 어. 어어⋯⋯, 어어어⋯⋯, 아, 안녕히⋯⋯.
 
케일럽 랜킨:태클 걸 게 한두 개가 아닌데, 지금 시체 앞에 두고 있어서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아.
 
KP:침대 위에 펼쳐져 있는 캐리어 안,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지갑과 경찰 배지가 보입니다.
 
과연 책임자가 올라왔다는 메이드의 말이 거짓이 아닌 듯, 503호의 입구 근처에선 한 남자가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있었습니다.
 
복장으로 보아, 이 호텔의 관리인입니다. 정년이 훨씬 넘어 보이는 나이임에도 기골이 장대하고 정정합니다.
 
그는 모인 사람들에게 "경찰을 불렀으니 조사를 위해 호텔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용의자 취급에 화가 날 법도 한데, 사람들은 어쩐지 관리인의 말에 선선히 따릅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해산시킨 그가 곧 당신들에게로 다가온다.) 안녕하십니까.
이런 사태가 벌어졌음에 대단히 죄송스럽고 또 비통한 마음입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짐 웨이츠:아, 저는 관리인입니다. 짐 웨이츠이구요.
호텔은 안전합니다. 객실의 경호를 더 강화할 테니 부디 믿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랜들 록스버그:아, 괜찮습니다. (웃으면서 손을 휙휙 흔들어준다.)
그보다, 저기 혹시⋯ 관리인이라고 하면 객실 배정에도 관여를 하시는 분이신가요?
 
짐 웨이츠:그렇다면 정말로 다행입니다만⋯⋯, (고개를 든다.) 예?
그렇습니다만, 객실에 무슨 문제라도?
 
랜들 록스버그:혹시 제가 1001호를 배정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계신가요?
 
짐 웨이츠:(눈썹을 살짝 까딱인다.)
저는 모든 투숙객 분들의 객실을 외우고 있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아까 어떤 귀부인과 합석을 했는데,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1001호는 십오 년 가까이 사람이 들지 않았다고요.
하루이틀이면 몰라도 이런 멋진 호텔이 십오 년씩이나 방을 비워뒀다면, 무언가 방에 문제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해서요.
 
짐 웨이츠:(그는 주의 깊게 당신의 말을 듣고, 간헐적으로 오. 음. 그렇군요. 따위의 대답을 한다. 진심으로 경청하고 있다는 것이 티가 났다.)
(그런 후 말하기를,) 제가 알기론, 1001호엔 별 문제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9층과 10층은 VIP 객실인지라, 애초에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풀 부킹이 되는 경우부터가 드물어서요.
답변이 되었을까요?
 
랜들 록스버그:그럼 방을 옮겨도 무관하다는 얘기인가요?
 
짐 웨이츠:원하신다면 바꾸어 드릴 수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절차에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호텔이 소란스러워서요. 게다가 이런 일까지 발생한 이상, 경찰이 따로 모든 객의 정보를 요구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현재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고개를 숙인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달리 원하시는 보상안은 없을까요?
 
랜들 록스버그:아,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
그럼 다른 걸 묻죠. 그러니까, 모든 투숙객의 객실을 외우고 있다면 십오 년 전에 1001호에 묵었던 손님도 기억하시겠네요?
들어보니, 고정 객실이었던 것 같은데.
혹시 어떤 분이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인망이 좋으신 것 같아요. 다들 수군거리며 그의 1001호의 얘기를 했거든요. (^_^)
 
짐 웨이츠:십오 년 전⋯⋯, (잠시간 눈알이 위로 구른다. 기억을 더듬는 듯싶다가,) ⋯⋯예, 기억합니다.
성함은 가물가물합니다만, 젊은 남성 분이셨습니다.
눈동자는 싱그러운 녹색이었고, 머리칼은 나무를 닮은 갈색이었지요. 굉장히 감성적인 분이시기도 했습니다.
저희 호텔의 정원을 자주 거닐으셨습니다. 식사로는 대개 송아지 고기가 들어간 스튜를 주문하셨고요.
이 정도가 기억납니다.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면 좋겠군요, 십오 년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비추신 후 다시 찾아오지 않으셨거든요.
 
랜들 록스버그:그렇군요, 말씀 감사드려요.
그럼 저흰 정말로 가볼게요~.
 
케일럽 랜킨:(인사하는 관리인을 뒤로 하고 걷는다. 한참 말이 없었다가,) 진짜 내 방에서 잘 거야?
 
랜들 록스버그:설마. 자기 직전까지만 네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돌아갈 거야.
 
케일럽 랜킨:너 진짜 귀찮아. (한숨 쉬면서 엘리베이터 버튼 누른다.)
 
케일럽 랜킨:(그의 방은 정말로 당신의 방─1001호의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1010호다. 복도는 조용했고, 단둘이었다.) 늦었는데.
멀쩡한 지 객실 두고 말이야.
 
랜들 록스버그:(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한다.) 나 얼른 꺼져버렸으면 좋겠어?
 
케일럽 랜킨:왜 사람 말 곡해해? 피해망상이야. (이 말을 그가 당신에게 하는 말이 온다!)
애초에, 혼자 왜 오냐고. 이런 곳에. 혼자 놀기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면서.
나 안 만났으면 진짜 혼자 노닥거리다가 가려고 했어?
 
랜들 록스버그:너야말로 나에 대해 멋대로 곡해하고 있잖아?
 
케일럽 랜킨:내가 언제. (팔짱 낀다.)
 
랜들 록스버그:내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늘 옆에 사람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야. 오늘은⋯ 돈이 아깝기도 하고, 기분 전환 하려고 혼자 온 거니까?
그냥 정말로 기분 좋아지려고⋯
그래서 난 아는 사람 만나서 좋았는데.
넌 내내 짜증만 냈잖아.
 
케일럽 랜킨:⋯⋯.
(미간이 세차게 구겨진다. 어깨 너머의 1010호는 VIP 객실이라, 케일럽 랜킨과는 객관적으로 안 어울렸다. 차라리 당신이 이 방의 주인이었다면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케일럽 랜킨은 그 사실을 안다.) 짜증 안 나게 생겼어?
기껏 저녁 먹자고 해 놓고선 다른 사람 끼워서 하루 온종일 대화하고 있질 않나, 사람 없는 취급 하질 않나. 멋대로 끌고 다니다가 제 좋을 대로 또 두고 다니고.
진짜 내가 네 조수, 뭐 그런 걸로 보여?
 
랜들 록스버그:아니.
네가 싫다고 안 했잖아.
 
케일럽 랜킨:넌 그럼 사람 면전에 대고 싫다고 하냐?
어? 씨발 싫다고 하냐고.
 
랜들 록스버그:씨발, 그럼 왜 내 면전에 대고는 싫다고 하는데?
계속 끌고 다닌 건 미안한데, 내가 아까 방에 바래다준다고 했을 때 거절하지도 않았잖아. 난 네 안색 계속 살폈어.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 알았으면, 너랑 같이 저녁 보낼 약속 취소하고 그 귀부인 만나러 갔을 텐데.
넌 늘 이런 식이야.
 
케일럽 랜킨:("네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 알았으면⋯⋯" 그가 입술을 앙다문다.)
("⋯⋯너랑 같이 저녁 보낼 약속 취소하고," 당신이 듣기엔 우스운 말이겠지만, 그는 정말로 참아 보려고 했다.)
("그 귀부인 만나러 갔을 텐데." 그는 더 참지 않는다. 허리를 숙여 잡히는 걸 확인조차 않고 집어던진다.)
(뒤늦게 그것이 협탁에 비치된 메모지였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흰 종이들이 팔락거리며 눈처럼 내려 당신에게로 쏟아지는 중이었다.)
나가.
 
랜들 록스버그:(얼굴에 맞은 종이들이 방에 떨어져서 미간을 좁힌다.)

랜들 록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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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공
52vs.70
 
(1 1. 봐준다 2. 만다)
⋯⋯아니.
그래서 결국 그사람한테 안 갔잖아.
 
케일럽 랜킨:가고 싶다면서? 가.
왜 합석만 해? 아주 합방도 하자 그러지.
너더러 십오 년이나 못 잊은 옛 연인 닮았다잖아? 좋아 죽을걸? (이젠 대놓고 비아냥대는 투다.) 얼마나 좋으시겠어?
가서 늙은 여자한테나 봉사해. 네가 제일 잘 하는 짓이네.
 
랜들 록스버그:(2 1. 봐준다 2. 만다)
너 정말로 그 말 후회 안 해?
 
케일럽 랜킨:(나는, 1 1 솔직해진다 / 2 설마!)
(그래서 대답이 없다.)
(한참 노려보다가 쿵쾅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종이 네가 치워!
 
랜들 록스버그:(종이를 줍는 대신 근처에 있는 메이드를 불러 팁을 쥐여준다. "미안, 이것 좀 부탁할게요.")
(그리곤 닫힌 1010호를 바라보다가⋯ 곧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당신의 방입니다. 오늘 하루종일 들은 1001호의 투숙객이라는 호칭이 무색하게도,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케일럽의 방과도 하등 다를 것 없는, 정말로 '평범한' VIP 객실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사실이 당신의 맥을 풀리게 할지도 모릅니다.
 
KP:랜들, 1001호에 도착합니다. 심야 시간이기에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선언해도 좋고, 아니면 바로 잠들어도 좋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랜들 록스버그:⋯⋯.
⋯⋯⋯⋯.
(룸 전화기를 들어, 룸 서비스를 시킨다. 1010호로.)
(오늘 식당에 나온 디저트를 종류 별로 전부 보내달라는 요청을 달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거절하면 1001호로 넣어달라고.)
 
째깍. 째깍. 시간이 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초인종을 울리는 소리.
 
곤란한 낯의 메이드가 카트를 끌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작고 예쁜 디저트들이 3단 카트의 맨 윗층과 중간층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수고가 많네.
뭐라고 하던가요?
 
메이드:(안절부절 못하며 당신의 눈치를 보다가,) 아, 그으.
요, 욕을 하시면서, 면전에 대고 문을 닫으셨는데요오⋯⋯.
 
랜들 록스버그:헐, 완전 무례하네요?
뭐 그런 남자가 다 있대요?
진짜 짜증나지 않아요?
 
메이드:아, 아아, 그으⋯⋯.
(아무래도 명색이 메이드인지라 눈으로만 네!!!!! 하고 있다. 어물어물 웃기만 한다.)
 
랜들 록스버그:귀여워라. 몇 살?
 
메이드:저, 저는 열아홉⋯⋯, (안절부절⋯⋯) 저기, 그. 디저트는⋯⋯.
 
랜들 록스버그:응, 디저트는 나 주고. (카트 손잡이를 붙잡는다.) 오늘 근무 몇 시에 끝나? 나이트?
 
메이드:에. 네, 네?
네? 그, 그러니까, (멍청한 낯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다.) 저, 저는 나이트 담당이라⋯⋯,
오전 여섯 시에 교대하긴 하는데⋯⋯. (그걸 또 말한다.)
 
랜들 록스버그:아, 그래? 그럼 지금 방에서 놀고 가라고는 못하겠네.
 
메이드:(귀가 시뻘개진다.)
 
랜들 록스버그:으으음~. (카트 아래 알록달록 아기자기 꾸며져 있는 디저트를 내려다보다가 고개 들었다.) 이 중에서 하나 골라 갈래?
어차피 다 못 먹기도 하고. 하나 선물로 줄게.
 
메이드:아, 으에.
 
랜들 록스버그:두 개도 괜찮아. (손가락 두 개를 붙였다 뗀다.)
 
메이드:아, 아, 아뇨⋯⋯! 메이드가 손님 걸 감히, (치맛자락을 움켜쥔다. 이젠 관자놀이 부근에까지 피가 몰렸다.)
그으⋯⋯. (이쯤 눈치 한 번 본다.)
 
랜들 록스버그:괜찮아. 문제 되면 내가 책임질게.
 
메이드:⋯⋯.
저, 전 그럼 이거 하나만⋯⋯. (제일 작은 오렌지 치즈 케이크 접시 하나를 살며시 든다.)
저기, 카트는⋯⋯, (다시 안절부절 안절부절)
 
랜들 록스버그:(그리고 바로 옆에 상체를 굽히며 쇼트 케이크를 쥐여준다.) 이건 동료 메이드한테 가져다줘.
(그리곤 자신이 직접 테이블에 하나둘 남은 디저트를 올려두었다.) 카트 다시 가지고 가요~.
 
메이드:(그럴 동안 양손에 디저트 접시 하나씩을 들고 안절부절 못하며 서 있다. 카트가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한 낯이 된다.)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인다. 여전히 귀 끝이 불그레하게 물들어 있다.)
(당신의 잘 가라는 인사까지 들은 이후에야 오렌지 치즈 케이크와 딸기 쇼트 케이크 접시를 얹은 카트를 끌고 곧 사라진다.)
 
랜들 록스버그:(허리춤에 오십 달러를 꽂아주고 보낸다.)
(그런고로,)
(곧바로 1010호 앞에 서서 다시 문 두드린다.)
 
케일럽 랜킨:(분명히 문 건너편에 있을 텐데,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고요하다.)
 
랜들 록스버그:(똑. 똑. 똑.)
⋯⋯.
(쾅. 쾅. 쾅.)
(쾅쾅쾅쾅쾅)
 
케일럽 랜킨:(노크 소리가 문을 때려부술 지경이 되어서야,)
아, 씨발! (벌컥 하고 문이 열린다.)
왜, 왜, 왜! 왜! 이 씨발 새끼야, 왜! 뭐!
 
랜들 록스버그:케이크 먹자.
 
케일럽 랜킨:미친놈.
진짜 돌았냐?
 
랜들 록스버그:나 혼자 이거 다 못 먹어.
 
케일럽 랜킨:그러게 이 시간에 그걸 왜 시키냐고, 미친 새끼야.
돈지랄이건 돈자랑이건, 내가 씨발 나한테 하지 말랬지.
 
랜들 록스버그:화해 선물인데?
 
케일럽 랜킨:지랄하네. 그렇게 불만이면 다 처먹으라는 뜻이었던 거 모를 줄 알아?
 
랜들 록스버그:보통 그걸 그렇게 곡해하나?
 
케일럽 랜킨:정신병자라 미안하다. 됐냐?
 
랜들 록스버그:오케이. 사과 받아줄게.
이제 먹으러 가자. (손 잡아끈다.)
 
케일럽 랜킨:아아악!!!!
(냅다 뿌리친다.) 씨발놈아!
이 새끼는, 씨발 기껏 좋은 곳에서 만나 놓고 남 속 긁는 데에나 혈안이 돼 있고.
나한테 왜 지랄이야, 왜 자꾸! ⋯⋯,
우스워?
우스운 거지? 씨발아.
 
랜들 록스버그:좋은 곳에서 만났잖아.
그래서 너한테 잘 해주려고 노력했어, 나.
스케이트 타는 법도 가르쳐주고, 호수 중앙에도 데려가주고, 너 다쳤을까 봐 계속 신경도 썼어.
저녁도 같이 먹으러 갔잖아. 중간에 사람이 한 명 끼긴 했지만 계속 널 보고 있었다고.
내가 거기서 뭘 어떻게 해줬어야 해? 그 손님 쫓아내고 둘이서만 먹었어야 했어?
(늘 그랬듯이⋯) 나한테 뭘 원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케일럽.내가 계속, 계속 너랑만 있어야 만족하겠어?
 
케일럽 랜킨:(한참 열을 내던 그가 숨을 고른다. 당신의 손에 잡혀 끌려가던 탓에, 이제 둘은 1001호와 1010호 사이의 복도에 서 있었다. 두 방문 모두가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그는 문득 당신이 이곳에 걸맞다는 생각을 한다.) 넌⋯⋯,
(나와는 다르게.) 나를 안 보고 있었어.
네가 언제 계속 날 보고 있었어? 이 씨발 새끼야. 나는 개무시하고 둘이 떠들었잖아. 나는 없는 것처럼.
(늘 그랬듯이⋯⋯) 불청객 취급 받기 좆같아서 너희 세계에서 친히 두 발로 걸어나와 줬더니, 이젠 씨발 네가 처 기어 나와서 나를 이따위로 대하고.
이게 내 잘못이야? 넌 언제나,
넌 언제나 나를 아무것도 아닌 양 취급하는 게 문제야⋯⋯.
들어가. 피곤해. 잘 거야. 너 때문에 오늘 하루 다 망쳤어. 엉망진창이야. 하나도 좋은 게 없어.
 
랜들 록스버그:⋯⋯.
(솔직히 말하면, 거의 안 들었다.)
(케일럽의 말은 듣고 있으면 무조건 화살이 나에게로 오고, 그건 기분이 좋을 때는 안고 달래줄 수 있는 거지만⋯)
(지금의 나는 굉장히 무력하다.) 잘 자.
(그래서 그냥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케이크, 어떡하지⋯ 그런 고민을 하다가 하나 빼고 전부 냉장고로 넣어둔다. 랜들이 집어든 건 치즈케이크다.)
(그걸 야식 삼아 먹었지만, 절반만에 질려버려서 놔뒀고.)
(곧장 씻은 후엔 바로 잠자리로 직행한다.)
 
어쩐지 모든 게 엉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아무래도, 당신의 맞은편 방에 있는 그가 타인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당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당신은 그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반쯤 밀어넣은 치즈케이크는 소화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쩐지 공허합니다.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
 
너무도 소중한 사람을 만났는데 잃었다거나, 오래 그리워한 고향이 파괴되었다거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과거의 꿈을 꾸었다거나.
 
흉곽 안이 텅 빈 느낌.
 
오늘 낮, 호수에서 느꼈던 바로 그 감각.
 
─눈을 떴을 때는 새벽녘이었습니다.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정신만 흐리멍텅하게 깨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은, 1001호라고 적힌 문패 앞에 서 있습니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언제 이렇게 복도까지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쩐지 몽유병의 증상이 떠오릅니다.
 
허공을 배회하는 것처럼 몽롱한 기분으로 당신은 몸을 돌려 복도를 걷습니다.
 
반대편 복도 끝에선 희끗희끗한 인영이 보입니다.
 
KP:강제 정신력 판정!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power

보통

성공
52vs.70
 
 
아, 저 사람.
 
화는 풀렸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케일럽은 왜 이 시간에 복도를 배회하고 있을까요?
 
그도 당신과 같은 것을 느꼈을까요?
 
⋯⋯몸은 여전히 제멋대로 그의 쪽으로 걸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안도감이, 안락함이, 익숙한 존재들의 곁에서 으레 느끼곤 하는 편안함이 차오릅니다.
 
닿는다면,
 
그러면 공포가, 슬픔이, 추위가, 외로움이 모조리 끝날 것 같습니다.
 
복도의 중앙 즈음입니다.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상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과 케일럽은 이제 거의 서로를 향해 뛰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때 바닥을 뚫고 거대한 붉은 꽃 덩굴이 자라납니다.
 
마치 두 사람을 가로막듯 혹은 감싸안듯, 덩굴이 둘의 뺨을 간지럽히면서⋯⋯
 
⋯⋯
 
당신은 1001호의 침대에서 깨어납니다.
 
손아귀 안의 붉은 꽃잎 한 장과 함께요.
 
KP:랜들, 이성치 체크 진행합니다.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sanity

보통

21vs.68
 
 
KP:이성 1점 차감. 좋은 아침입니다.
2일차 아침입니다. 지금부터 자유로운 선언이 가능합니다.
 
랜들 록스버그:(일어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화장실로 무거운 몸뚱이를 끌고 들어가 세면대에 머리 처박기였다. 찬물에 얼굴이 닿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샤워실 안으로 몸을 욱여넣고는 이십 분만에 환복까지 마쳤다.)
(9시 30분. 딱 좋을 시기다. 식당이 닫히기 전에 조식을 먹으러 가자.)
(객실 문을 열고 나와서 가장 먼저 보이는 1010호 문을 노려보고 지나갔다.)
 
그랜드 마스틴 호텔의 조식 뷔페입니다. 대단히 으리으리하진 않습니다만, 갖출 건 다 갖춰져 있습니다.
 
주스 코너와 가벼운 샐러드 코너, 각종 빵류와 스프레드. 모 러브 모텔에서 제공하던 질긴 토스트 따위완 차원이 달라요!
 
KP:랜들, 식사 도중 듣기 혹은 관찰 판정.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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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려움성공
19vs.65
 
 
KP:식사 중엔 대단히 유의미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중, 당신은 어쩐지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손님 한 무리가 당신이 앉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당신은 뷔페의 중앙 자리에서 식사를 했고, 그러므로 어떤 전경이라거나 뷔페 내부가 제대로 찍힐 위치도 아닌데.
그들은 인증샷을 찍는 손님들처럼 카메라를 들고 바쁘게 찰칵거립니다.
 
랜들 록스버그:1 (말 걸어 봄, 안 봄)
(그대로 돌아와서 의자를 끌고 와 앉는다.)
 
KP:네다섯 명쯤 되는 한 무리의 손님은 남녀가 섞여 있고, 나이는 30대에서 50대 사이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다가오자 그들은 살짝 웅성거립니다.
 
랜들 록스버그:좋은 아침이에요, 여러분.
여기 아까 제가 앉았던 자리 같은데 뭔가 문제가 있었나요?
아니면 제가 호텔 매너에 어긋나는 일을 했을까요?
 
손님들:(속닥거리던 그들은 급히 의자를 뒤로 빼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제 식탁엔 랜들 록스버그가 홀로 앉아 있었고, 일어선 손님들 중 한 남자─아마도 나이가 제일 많을─가 앞으로 나선다.) 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만, 실례지만 무슨 문제라도⋯⋯? (그렇다, 발뺌!)
 
랜들 록스버그:사진 찍으셨죠?
봤는데, 발뺌하시는 거예요?
 
손님들:예? 아, 그건 그냥.
그랜드 마스틴 호텔이지 않습니까. 내부 전경이 아름다워서요.
이 자리를 선택한 건 순전히 우연입니다.
 
랜들 록스버그:그런가요? (이 새끼분들 봐라⋯ 입가를 매만진다가 일어난다.) 아까 먹어봤는데, 여긴 포케가 맛있더라고요.
그럼 즐거운 식사 하세요. (일어난다.)
 
KP:그들은 정중하게, 그러나 다소 어색하게 당신에게 인사합니다. 명확히 보았던 인증샷 촬영의 현장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습니다.
뻔뻔하기 짝이 없네요!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말입니다.
랜들, 무엇을 할까요?
 
랜들 록스버그:(기념품 샵 가서 구경 좀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아이스링크장 가자.)
 
KP:좋습니다. 아이스링크장으로 가기 앞서! 이 시나리오의 시스템에 대해 간단하게 안내하겠습니다.
본 시나리오에서는 오전에 두 번, 오후에 세 번의 탐사 기회가 주어집니다. (오전의 식당 방문은 탐사로 치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심야 시간에도 조사할 수 있습니다만, 이 경우 한 군데만 조사할 수 있으며, 수면 시간이 줄어든 탓에 익일 오전까지 모든 종류의 행동 판정에 패널티 다이스를 하나 받습니다.
또한, 특정 장소들은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해당 장소들은 운영 시간 내에 방문하지 않으면 조사할 수 없습니다.
본 시나리오는 모든 장소를 조사할 것을 상정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주어진 기회에 비해 많은 장소가 제시되어 있으므로 원하는 장소만 선택해서 조사해도 무방하며, 특정 장소들은 애초에 RP용 장소이지 조사용 장소가 아니기에 스킵하셔도 진상 파훼에 무리가 없습니다. (이 경우 키퍼가 언질합니다만, 조사 대신 RP를 선택하셔도 무방합니다.)
참고로 아이스링크는 RP용 장소입니다. (ㅎㅎ) 계속 진행할까요?
 
랜들 록스버그:(오케이! 오늘 나와있는 사람은 누구 없나?)
 
아이스링크입니다. 그랜드 마스틴 호텔의 자랑거리이고, 당신이 바로 어제 들러서 케일럽을 만난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랜드 마스틴 호텔의 자랑거리' 치고는 아무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오전이라 그런 걸까요?
 
아이스링크 근처에서 손님들에게 무료 핫초코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가서 받아 마셔도 OK.
 
KP:오전 조사 기회 1회를 소모합니다. 남은 조사 기회는 오전 1회, 오후 3회입니다.
 
랜들 록스버그:(케일럽 나왔을 줄 알았는데. 무료 핫초코 한 잔 들고 슉슉 돌아다니면서 경치나 구경했다.)
(이제 어디가지⋯)
 
KP:핫초코
따끈따끈
이성 1점 드림
 
랜들 록스버그:(따끈따끈.)
 
KP:따끈따끈.
손이 따끈해집니다.
 
랜들 록스버그:(노곤노곤.)
 
KP:노곤노곤.
 
랜들 록스버그:(기념품 샵으로 가자. 귀여운 굿즈 사고 싶어.)
 
KP:기념품 샵도 조사보다는 RP를 위한 장소입니다만, 진행하시겠습니까?
 
랜들 록스버그:(헐⋯)
(그러면 대충 보다가 바로 마스틴 기념 재단으로 간다.)
 
마스틴 호텔의 역사를 보여 주는 기념관입니다.
 
마스틴 재단의 창립자이자 마스틴 미네저리를 운영했던 사업가, 레이 마스틴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호텔이 마스틴 미네저리였던 때의 사진과 동물 조각상 따위도 함께입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진 모르겠지만,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케일럽까지?!
 
KP:랜들, 기념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레이 마스틴과 마스틴 미네저리의 사진 마스틴 호텔에 대한 설명문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케일럽 랜킨:(와중 레이 마스틴의 초상화를 보던 케일럽 랜킨, 인기척에 뒤돌아본다.) ⋯⋯.
(자세가 삐딱해진다.) 아침부터? 웬일로.
 
랜들 록스버그:(케일럽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대답하지 않고 그옆으로 다가와 레이 마스틴의 초상화를 구경한다.)
 
KP:마스틴 재단의 창립자, 레이 마스틴의 초상화가 기념관 중앙에 걸려 있습니다.
그는 무역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 주변에 장원을 구매, 마스틴 미네저리를 건설했던 사업가죠. 꽤나 유명한 사람인지라 당신도 이름을 압니다.
「60년대, 동물 보호 운동의 압박에 시설을 폐쇄했고 그 자리에 마스틴 호텔을 건설했다」는 설명이 사진 아래 기재되어 있습니다.
 
랜들 록스버그:(마스틴 호텔에 대한 설명문도 읽어본다.)
 
케일럽 랜킨:(이 새끼 봐라? 대답 안 하네? 왠지 꼴받아서 쫓아가기 시작한다.)
 
KP:「마스틴 미네저리가 무너진 자리에 세워진 호텔」이라는 소개를 필두로, 휘황하고 공허한 소개 문구가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어디에나 적혀 있을 법한 상투적이고 허울 좋은 말들이 이어지던 찰나,
 
케일럽 랜킨:⋯⋯.
(옆구리 팍 친다.)
 
랜들 록스버그:⋯⋯. (옆구리를 문지른다.)
뭐야?
 
케일럽 랜킨:(솔직히 칠 때까지만 해도 홧김이었는데, 막상 치고 나니 할 말이 없다.)
(당연하다. 무시하는 게 꼴받아서 한 짓이었으니까.) ⋯⋯.
(해명하는 대신에,) 여기에 적힌 거, 그냥 겉치레야. (딴소리 한다.)
 
랜들 록스버그:나랑 완전히 척지려는 줄 알았는데.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케일럽 랜킨:(다시 입을 다문다. 그냥 넘어가 주지 않는 것이 그로선 원망스럽다.)
(무어라 변명하려는 양 어물거리다가,)
(다시 딴소리다.) 이상한 꿈을 꿨어.
 
랜들 록스버그:또 어물쩡 넘어가려고 하네.
무슨 꿈인데?
 
케일럽 랜킨:(그는 이것이 랜들 록스버그의 호의인지 무관심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복도에.
네가 있었어. 끝에.
그래서⋯⋯, (깜빡.)
(⋯⋯말을 뚝 그친다.) 그냥 그랬다고.
(다시 딴소리. 주제들 사이를 휙휙 횡단한다.) 십오 년 전까지만 해도 손님 훨씬 많았댔어. 이 호텔.
 
랜들 록스버그:하고싶은 말이 뭐야, 너?
적당히 넘기려고 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내가 우스워?
 
케일럽 랜킨:(낯이 일그러진다. 그는 내면에서 기이한 충동이 솟는 것을 느낀다.) 내가 뭘?
꿈 얘기 물어서, 했잖아.
여기에 적힌 거 겉치레라고도 했고.
내가 뭘 똑바로 안 말했어? (결국 하는 건 개소리다. 이번에도.)
 
랜들 록스버그:아니, 그러니까⋯
나한테 다른 할 말은 없냐는 거야.
(그러다가 그냥 한숨 내쉬었다.) 아, 됐어.
그런데 왜 갑자기 호텔이 이렇게 되어버렸는데?
 
케일럽 랜킨:(외면한다.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건 몰라.
십오 년 전 경매를 끝으로, 극장에서 올리던 쇼도 승마 같은 스포츠도 모두 때려치우고, 손님도 잘 안 받았댔어.
 
랜들 록스버그:랜킨, 너 누구 부탁으로 경매에 대신 나온 거야?
그럴 만한 인맥이 있었어?
 
케일럽 랜킨:(미간이 팍 구겨진다.) 뭐?
부탁이라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누구 부탁으로 경매에 대신 나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는 당신이 말한 그대로 말했었다.)
 
랜들 록스버그:응? 갑자기 왜 이래.
바로 어제 내가 말했었잖아.
이런 고가의 호텔 올 일이 전혀 없는데, 부탁을 받아서 온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왜 그런 스위트룸을 잡아서 묵고 있는 건데?
 
케일럽 랜킨:⋯⋯.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는데? (완전히 딴소리다. 그러나 앞선 발언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지금의 그는 진실로 억울해 보인다.)
애초에, 누가 이런 고급 호텔 스위트룸을 생판 남한테 선물하고 자빠졌냐? 너 같은 얼간이가 어디 또 있어?
 
랜들 록스버그:그러니까.
그럼 너 여기 도대체 왜 온 건데?
 
케일럽 랜킨:그야 내일 열릴 경매에 참여하려⋯⋯
(뚝.)
(그가 말을 멈춘다.) ⋯⋯.
⋯⋯어?
⋯⋯. (그는 아주 이상한 얼굴이 되어서 주위를 여러 차례 둘러보다가, 이윽고 당신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
⋯⋯나 어떻게 이런 곳에 왔지?
 
랜들 록스버그:하아?
너 머리라도 다친 거야?
 
케일럽 랜킨:아니, 그러니까. 분명 누가⋯⋯,
누가 나한테⋯⋯ 호텔에⋯⋯ 호텔에 가라고,
⋯⋯누가 그랬지?
(입을 다문다. 표정은 이제 엉망이다. 그는 당황한 것도 같고 경악한 것도 같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쥐어짜내듯이,) 나,
나 잘 기억이 안 나.
 
랜들 록스버그:(랜들은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넌 원래도 진짜 이상했지만.
오늘 진짜로 이상하네.
 
케일럽 랜킨:아니, 아니, 잠시만. 기억이⋯⋯, 기억이 잘.
⋯⋯.
너 아냐? (이젠 황당한 책망까지!)
그, 그야, 누가 나한테 경매에 대신 나가 달라는 어이없는 부탁을 하냐고? 그런 거 나가 봤을 리가, ⋯⋯,
나 머리 아파⋯⋯.
 
랜들 록스버그:(주머니에서 마른 가죽장갑을 꺼낸다. 그리고 고전하고 있는 케일럽 랜킨의 손을 붙잡아 하나씩 끼워준다.)
정신 차려. 여기까지 와서.
감기라도 걸려서 머리가 이상해진 게 분명해.
(흘러내려간 목도리도 풀어서 다시 매어준다. 랜들은 가볍게 웃었다.) 야.
그래서 그 경매 안 갈 거야?
 
케일럽 랜킨:(랜들 록스버그는 무슨 대답을 기대했을까?)
(목도리. 장갑. "머리가 이상해진 게 분명해." 고개를 든다. 마스틴 미네저리. 그랜드 마스틴 호텔. 아이스링크, 1001호와⋯⋯)
(⋯⋯랜들 록스버그.)
아니. (대답은 거의 반사적으로 나온다.)
갈 거야.
너도 갈 거잖아. 경매 프로그램 알고 여기 잡은 거 아냐?
 
랜들 록스버그:난 놀러온 거라니까.
애초에⋯ 무슨 경매인지도 모르는데.
뭐가 올라오는 건데?
 
케일럽 랜킨:(말문이 막힌다.)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냥 귀한 것들이 올라온다고만 들었어. 그게 다야.
그렇지만 전 세계 수집가들이 몰려든댔는데.
 
랜들 록스버그:정말 너 같은 이유네.
흐음⋯⋯. (손목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다.) 경매 시간이 언제라고 했더라.
 
케일럽 랜킨:내일이야. 내일⋯⋯ 오후. 정확한 시간은 데스크에 물어 봐야 알아.
(흘끔 눈치를 한 번 살핀다.) 보고 갈 줄 알았어.
 
랜들 록스버그:보고 가지 뭐.
어차피 할 일도 없거든.
 
케일럽 랜킨:그렇겠지. (문득 그는 자신이 랜들 록스버그의 근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그러나 묻지는 않았다. 지는 것 같아서.)
(잠시간 미네저리에 대해 생각하다 그만둔다.) 다른 곳 가자.
기념관이래서 기대했는데, 입 발린 말밖에 없잖아.
 
랜들 록스버그:그래. (기념관 바로 옆에 있는 온실쪽으로 걸어간다.)
넌 경매 끝나고 뭐할 거야? 바로 돌아가?
 
케일럽 랜킨:(조금 간격을 두고 뒤따라 걷는다.) 바로 돌아가.
(그는 랜들 록스버그가 자신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 것이 신기하다고 느낀다.)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까.
 
랜들 록스버그:그래? 그럼 나랑 같이 돌아가. 차 안 끌고 왔지?
넌 면허 없을 것 같아.
내 차 태워줄게.
 
케일럽 랜킨:(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대답은 한참 후에 나온다.) 뭐라고?
⋯⋯내가 어디로 갈지 네가 어떻게 아는데.
그리고 면허 있거든? (혼동 마법 걸어서 땄지만.)
 
랜들 록스버그:어차피 할 일도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겠지?
아니면 유원지나 갈래? 호텔 오는 길에 작게 하나 있더라.
 
케일럽 랜킨:너 원래 이렇게 아무하고나 뭐든지 해?
 
랜들 록스버그: 아무나야?
 
케일럽 랜킨:⋯⋯.
됐어. 마저 걸어.
온실 쪽으로 가고 있었잖아.
 
랜들 록스버그:그래서 싫다고? (대답을 들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작정이다.)
 
케일럽 랜킨:움직여.
멈추어 서 있지 말고. 길도 좁은데.
 
랜들 록스버그:대답 안 하면 그냥 거절한 거로 알게.
 
케일럽 랜킨:⋯⋯.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랜들 록스버그:셋.
 
케일럽 랜킨:데려가는 게 너지, 나야? (조급하게 말하느라 조금 더듬었다.)
 
랜들 록스버그:둘.
 
케일럽 랜킨:그러니까 그걸 왜 내게,
 
랜들 록스버그:하나.
 
케일럽 랜킨:⋯⋯.
⋯⋯갈래.
이름 뭔데.
 
랜들 록스버그:(웃으면서 걸음을 다시 옮겼다.) 소프 파크.
 
케일럽 랜킨:별⋯⋯. (그는 여전히 당신의 뒤에서 걷고 있다.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절대로.)
 
KP:그런데, 옥신각신하던 둘이 기념관을 나서서 온실로 향하던 도중.
누군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메이드:(어제의 그 메이드다.) ⋯⋯저, 저기.
(그녀는 호텔 외부를 한참 돌아다닌 듯 조금 흐트러진 차림새였다. 한참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당신을 발견하고선 다급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아, 차, 찾았다!
1001호 투숙객 분!
 
랜들 록스버그:응?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어제의 그 귀여운 아가씨네.
아직도 퇴근 못 했어?
 
메이드:아.
(귀 끝이 조금 붉어진다.) 아, 아아, 그게, 그으⋯⋯.
(얼버무리듯 헤헤 웃기 시작한다.) 괜찮아요⋯⋯ 제, 제가 못한 게 있어서요.
저, 별 건 아니고. (비 맞은 강아지 같은 눈이다. 그녀는 작은 소포 꾸러미를 당신에게 건넨다. 당연히 두 손이고, 공손하게 허리는 조금 숙였다.)
소포가 하나 배달돼서요.
 
KP:랜들, 강제 관찰 판정!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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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극단적성공
3vs.65
 
 
KP:손이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습니다. 겁을 먹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메이드:(이제 당신의 눈에는 명백히 보일 것이다. 그녀는 무언가에 겁을 먹었고,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다.) 1001호로 온 건데, 꼭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하셔서.
 
랜들 록스버그:아가씨, 왜 이렇게 떨고 있어?
 
메이드:제, 제가 아침에 깜빡 잠들지만 않았어도 바로 전달해 드렸을 텐⋯⋯,
 
랜들 록스버그:이거 누가 보냈는데. (손톱을 세워 곧장 소포를 뜯어본다.)
 
메이드:(그녀는 두 번째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첫 번째 질문을 못 들은 척 어물쩍 넘겨 버리기로 했다.) 그건 저도 잘 몰라요.
그냥 1001호로 소포가 왔다고만 전해 들었어요.
죄송해요, 더 일찍 드릴 수도 있었는데. 교대한 후 바로 잠들어 버려서⋯⋯
 
갈색 종이로 포장한 소포는 가볍고, 쉽게 찢깁니다.
 
그 안에 들은 것은 낡은 일기장입니다.
 
예전에 1001호에 투숙했던 사람의 일기로 보이는 그것은 표지가 가죽제고, 내지가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KP:랜들, 1001호 투숙객의 일기를 습득합니다.
이 일기장의 첫 번째 장은 바로 읽을 수 있으나, 두 번째 장부터는 이성을 소모해서 해독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페이지당 1점의 이성을 소모함으로써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한 페이지씩의 일기를 해독할 수 있습니다.
바로 첫 번째 장을 읽어 볼까요?
 
랜들 록스버그:오늘 다들 이상하네~.
(그러고는 꺼낸 일기장을 곧바로 펼쳐본다.)
 
일기장을 다 뒤적거릴 무렵, 메이드는 벌써 사라지고 없습니다.
 
손엔 일기장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케일럽 랜킨:(그리고 옆에서 기웃거리는 불청객.) 뭐야?
 
랜들 록스버그:러브레터. (책의 다음장을 넘긴다.)
 
KP:다음 페이지를 찾아 읽으려면 이성 1점을 소모해야 합니다. 진행할까요?
 
랜들 록스버그:(까등가.)
 
KP:이성 1점 차감.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KP:오전 조사 기회 1회 기념관에서 소모합니다. 남은 조사 기회는 오후 3회입니다.
 
케일럽 랜킨:그 여자 아냐? (조금 날 선 투로 이야기한다.)
 
랜들 록스버그:어제 네가 안 먹겠다고 한 케이크 짬처리 해줬는데.
 
케일럽 랜킨:⋯⋯무슨 소리야? (잠시 의중을 파악하려는 양 정적이다가⋯⋯)
잠깐, 저 메이드?
 
랜들 록스버그:응? 이걸 물어본 게 아닌가?
 
케일럽 랜킨:아니, 아니, 저 메이드?
메이드한테 케이크를 줬다고?
 
랜들 록스버그:응? 그래.
문제가 되나?
 
케일럽 랜킨:⋯⋯.
 
랜들 록스버그:네가 안 먹겠다고 했잖아.
그럼 이걸 다 버려?
 
케일럽 랜킨:(몸을 돌린다. 대답하는 대신에 성큼성큼 온실 쪽으로 먼저 걸어 들어가 버리다.)
(린)
 
랜들 록스버그:(바보. 그런 거 하나 솔직하게 못 말하네. 곧장 뒤따라 들어간다.)
 
작지만 잘 관리된 온실입니다. 이 화려하지만 쓸쓸한 호텔다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화사한 호접란을 필두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열대 식물들이 조명을 받아 생기를 자랑하며 한가득 피어 있습니다.
 
온실의 길은 외길의 짧은 코스로 되어 있고, 그래서 조금만 걸어도 금세 온실의 중앙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일럽은 벌써 저만치 가버리고 없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케일럽의 뒤를 성큼성큼 걸어서 껴안는다.)
 
KP:훅, 하고, 뒤에서 안아 버리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케일럽은 외길의 끝, 온실의 중앙에 놓인 조각상의 앞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조각상보다도 차라리 괴석에 더 가까워 보이는 회백색 돌입니다.
조각상 옆의 설명문은 그것이 「서로를 껴안고 녹아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머리 둘은 서로를 잡아먹듯 엉겨 붙어 있고, 머리카락은 위로 솟구쳤으며, 팔은 둥근 몸통에 흡수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다리의 수가 유달리 많기까지 해서 이래저래 기분이 나쁜 모습입니다.
크기조차 거대해서 온실과 어울리지 않는 그 조각상의 작품명은,
 
「연인들」
 
케일럽 랜킨:(마침 그것은 서로를 껴안은 두 사람의 모습을 표방한 조각이었고, 랜들 록스버그는 케일럽 랜킨을 뒤에서 껴안은 참이다.)
(그리고 케일럽 랜킨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면⋯⋯)
(눈을 멍하게 뜨고 울고 있었다.)
(눈물이 툭, 툭,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흐느끼는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랜들 록스버그:(안고 나서 그의 얼굴을 확인하면⋯ 랜들은 무어라 하는 대신, 그대로 말없이 고개를 묻는다. 한참동안.)
(케일럽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케일럽 랜킨:(⋯⋯그래서 당신은 졸지에, 그를 꽤 오래도록 안고 있는 꼴이 되었다.)
(마침 겨울이었고, 온실의 공기는 미적지근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체온의 당신이 마찬가지인 그를 껴안고 있어 열이 조금 올랐다.)
(몇 분간 정적이었다. 마침내 그가,) ⋯⋯.
(고개를 든다.) ⋯⋯?
너, 너 뭐 해?
(안겨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자각한다.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야!
 
랜들 록스버그:(묻은 얼굴을 살짝 틀어서 숨구멍을 낸다.) 소리 지르지 마⋯⋯ 머리 아파.
 
케일럽 랜킨:아니, 이게⋯⋯, (몸을 조금 비틀다가,) 갑자기 놀랐잖아. 뭐, 뭐 하는 짓이야?
(어쩔 수 없이 조금 새된 목소리가 난다.) 야, 야. 이거 놔⋯⋯.
 
랜들 록스버그:(놔주지 않는다.) 울고 있었잖아, 너.
 
케일럽 랜킨:방금 알았어. (조금 더 비틀다가 그만둔다.) 울었던 거 아니야.
눈에 뭐 들어갔어.
놓으라고 했다.
 
랜들 록스버그:조용히 있어. 여기 실내거든?
(끌어안은 팔에 힘을 조금 더 주다가, 제 성이 찰 때즘에 놓아준다.) 추워⋯.
 
케일럽 랜킨:(팔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당신의 앞에서 자주 그랬다.) 옷을 똑바로 입어.
⋯⋯목도리 줘?
 
랜들 록스버그:필요 없어. 너 되게 잘 운다.
전에 타이타닉 보면서도 울더니.
(대답을 듣지 않고 외길의 끝으로 간다.)
 
케일럽 랜킨:아니, 타이타닉은 보고 안 우는 새끼가 사이코패스 아니야? 그리고, 야!
 
KP:변명하기도 전에 외길의 끝으로 향합니다. 그러자 온실과 이어진 정원의 입구가 드러납니다.
정원과 온실은 묶어서 하나의 조사 구역으로 취급합니다. 바로 정원으로 들어갈까요?
 
랜들 록스버그:(정원 안으로 케일럽 앞장세워서 들어간다.)
 
케일럽 랜킨:내 말 듣고 있어? 이 사이코패스─⋯⋯
 
두 구역으로 이루어진 정원입니다. 「공작과 모란」 정원, 그리고 「사자와 돌고래」 정원.
 
KP:「공작과 모란」 정원은 봄과 여름에 모란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정원입니다. 지금은 갈색 덤불 위에 눈만 소복이 쌓여 있지만요.
물이 꽁꽁 언 공작 분수가 있고, 입김이 온통 공기에 섞여 사라집니다. 온실이 아니기 때문에 온실보다 기온이 낮습니다.
「사자와 돌고래」 정원은 조경이 꽤 괜찮은─그다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동물들을 테마로 잡았음에도─곳으로, 이곳에도 분수대가 있습니다.
분수대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돌고래와 분수대를 내려다보는 사자가 키스를 하기 직전처럼 굳어 있는 장식이 보입니다.
정원에서는 별다른 볼 것이 없습니다만, 앉을 자리가 여럿 마련되어 있으니 이곳에서 오후 분량의 일기를 해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오후 치 일기를 펴서 한꺼번에 읽어본다.)
 
KP:이성 1점 차감.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한 형사를 만났다. 그가 내게 경고했다. 그가 모아다 준 증거는, 무어라 해야 할까. 명확했다.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나는 내가 공포에 맞설 수 있는 인간이라고 믿었다. 그러니까, 덤불에 숨은 짐승이 나를 습격할 때를 노리고 있다면, 적어도 그것이 튀어나오기 전 빠르게 도망칠 수 있는 인간이라고.
 그러나 이곳에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 나를 감싸자 그 어떤 용기도, 판단력도 소용이 없었다.

 열이 내려가지 않는다. 이 열병이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그 다음이 기대되는 것은 왜인가. 어째서 나는 이 호텔에서 도망치지 않을까. 도망칠 수 없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는 나의 연인. 이제는 그 사람을 보아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점점 무감해지고,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린다.
 그래도, 형사가 건네 준 책에 쓸 만한 주문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쳐 있었다. 싫증이 났고 분노했다.
 연인은 아무것도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와 지내면 나는 영원히 음지에 피어 있는 식물 같다. 우리가 사랑한다고 그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미안해.
 
케일럽 랜킨:(그는 이제 당신의 옆에 앉아 있다.) 뭐야.
아니잖아. 러브 레터.
 
랜들 록스버그:앞 부분의 내용은 비슷했어.
 
케일럽 랜킨:나도 보여 줘.
 
랜들 록스버그:(턱 괴고 바라본다.) 내가 왜?
 
케일럽 랜킨:⋯⋯. (그는 자신에게 내세울 만한 당위가 있는지 잠시간 고민한다.)
됐어. 싫으면 말아.
발신인도 모르는 종이나 붙잡고 있으니까 그렇지.
(몸 일으킨다.) 지금 몇 신지도 모르지?
 
랜들 록스버그:가까이 와 봐.
 
케일럽 랜킨:(그는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끝마친 채였는데⋯⋯)
(또 훼방이다!) ⋯⋯.
(당장 허리를 숙이는 대신에 그는 팔짱을 낀다. 이미 일어서 있었으므로 못마땅한 낯으로 당신을 내려다 보는 꼴이 된다.)
또 뭐 하려고?
 
랜들 록스버그:(그가 무슨 준비를 하는진 랜들 록스버그가 알 리가 없다.)
(알았다고 해도 그에게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싫어?
넌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케일럽 랜킨:(입매가 비틀린다. "하?" 하는 소리가 주체할 길 없이 튀어나간다.)
(그 다음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케일럽 랜킨은 랜들 록스버그에게 "너 진짜 짜증 난다⋯⋯." 따위의 말을 지껄인 채 먼저 정원을 빠져 나가는 중이었다.)
 
KP:케일럽은 정원에서 떠나고 있습니다. 그를 따라갈까요?
혹은 다시 갈라져서 단독 행동도 괜찮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이번에는 그냥 봐줬다. 그 뒤를 바짝 붙어서 쫓아가며 손에 자신이 읽은 책을 떠넘겨준다.)
너무 많이 읽지는 마.
머리가 아파오거든. 특히나 넌⋯.
(그런 것에 취약하잖아. 입밖으로 꺼내진 않고 하하 웃는다.)
 
케일럽 랜킨:(당신은 그 말을 끝마쳤어야 했다.)
(왜냐하면, 케일럽 랜킨은 당신의 얼버무림을 일종의 조롱이나 모욕 혹은 경멸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날 선 투로 "꺼져, 씨발!" 하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당신에게로 노트를 떠넘긴다.) 필요 없어.
너나 많이 읽어. 난 술 마시러 갈 거야.
너 때문에 좆같아서 안 되겠어.
 
랜들 록스버그:1 1. 봐준다 2. 만다
(떠넘긴 노트를 양손으로 붙잡고는 내려다본다.)
(내려다보는 것보단 낮잡아 봄에 가까웠던 것 같지만⋯ 하지만, 랜들은 그런 케일럽을 잘 다룰 수 있다고 여겼다.)
(케일럽의 뒤를 쫓아간다. 이후로는 상투적인 물음이 이어진다.) 화났어?
난 널 걱정한 거야.
 
케일럽 랜킨:(대답 없이 쾅쾅거리며 걷는다.)
(고개를 돌린 건 당신이 "난 널 걱정한 거야." 했을 즈음이다.)
(그는 면전에 침이라도 맞은 사람 같은 표정이었다.) 걱정 같은 소리 하네, 씨발 새끼야.
놀린 거잖아!
 
랜들 록스버그:(악을 쓰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랜들은 케일럽의 안위를 살피기보다는 주위의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썼다.)
(좋아. 아무도 없군⋯ 하긴, 평일이기도 하니까.)
놀리는 투로 말한 거지.
내가 진심 어린 걱정을 했어도 넌 동정 같은 건 집어치워. 라고 했을 테니까. 틀려?
 
케일럽 랜킨:⋯⋯.
("내가 언제?"라 말할 순 없다. 케일럽 랜킨에게도─놀랍게도!─양심이라는 게 있다.)
(그렇지만 역시⋯⋯ 화가 나. 나는 당신이 밉다고,)
(미워 죽겠다고 생각했다.) ⋯⋯화 안 났어.
그냥 짜증난 거야.
진심으로, 술 마시러 갈 거야. 속 타서 안 되겠어. 그 재미있는 노트인지 책인지나 마저 보든가.
 
랜들 록스버그:(입김이 샌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넌 상처받으면 그렇게 짜증을 부릴 거면서⋯ 왜 나한텐 상처주는 말만 하는 건데?
기분 좋았단 말이야. 어제부터.
 
케일럽 랜킨:상처 받는 척 하지 마.
안 받잖아.
 
랜들 록스버그:받아.
받는다고 하면 그만 할 거야?
 
케일럽 랜킨:거짓말쟁이야.
(고개 휙 돌린다. 그는 무슨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당신의 앞에서 솔직해질 일은 없을 예정이었다, 아마도.)
 
KP:오후 조사 기회 1회를 소모합니다. 남은 조사 기회는 오후 2회입니다.
 
실랑이를 하느라 가늠하기 어려웠겠지만, 벌써 오후 다섯 시를 넘겼습니다.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 낮은 조도. 숙련된 바텐더가 둘.
 
오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손님은 많지 않습니다.
 
KP:둘은 4층에 위치한 에 도착합니다.
작은 원형 테이블이 여러 개 있고, 손님은 몇 없습니다. 바텐더 둘은 바 자리에서 잔을 닦고 있습니다.
본래 라이브 공연이 벌어졌을 무대는 텅 비어 있고, 음악은 커다란 주크박스에서 재생되고 있습니다.
 
케일럽 랜킨:(당연히 가장 구석의 테이블에 앉았다.)
 
랜들 록스버그:(바로 그 옆에 올라앉는다.) 무슨 칵테일 좋아해?
바텐더. 러스티 네일 한 잔이랑, (케일럽 쪽을 바라본다.)
 
케일럽 랜킨:⋯⋯카타르시스.
도수 높여서.
 
랜들 록스버그:센 척하네. (이건 놀리는 거 맞다.)
 
케일럽 랜킨:이 새끼가.
 
KP:주문을 접수한 바텐더가 고개를 까딱이고 사라집니다.
곧 둘의 테이블에 기본 안주인 튀겨 소금을 뿌린 스파게티면, 그리고 VIP용 안주 접시가 따로 준비됩니다.
칵테일은 조금 늦게 나옵니다.
목이 유독 긴 마티니 글라스에 담긴 랜들의 칵테일이 먼저 나오고, 이어 온더락 글라스에 담긴 케일럽의 칵테일이 테이블에 놓일 무렵⋯⋯
 
???:(⋯⋯누군가 서빙하는 바텐더를 툭, 쳐 버린다.) 어머.
(바텐더는 휘청이고 케일럽의 칵테일이 조금 흘러 넘친다. 옷이 젖어 버린다.) 어머,어머!
어머, 죄송해요!
 
케일럽 랜킨:(─그리고, 멍청한 얼굴.) ⋯⋯.
⋯⋯하?
 
???:어머, 어머. 죄송해요. 실수했네, 이걸 어떡한담⋯⋯.
(검고 긴 곱슬머리를 한쪽으로 넘긴 여자다.) 저기, 정말 실수예요. 그래도 죄송해요.
이 신사 분, 표정 좀 봐. 무서워 죽겠어! (까르르 웃더니 랜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저기─ 세탁비, 청구할 거면 이쪽이에요. (명함을 내민다. 랜들 쪽이다.)
 
랜들 록스버그:아, 저는 괜찮아요. (멀쩡한 옷을 보여주며 칼 같이 거절했다. 그리고 명함은 곧장 케일럽에게로 넘겼고.)
세탁비를 청구해야 할 쪽은 이쪽 같아서.
 
???:아하하.
(어깨를 과장해서 한 번 으쓱인다. 케일럽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고개를 까딱인다.) 다시 한 번 죄송해요. 그 명함⋯⋯
꼭 읽어 보시고, 연락 주세요.
꼭이요.
 
케일럽 랜킨:(말을 마친 여자가 가볍게 인사하고 사라질 무렵, 그녀의 뒤통수만 노려 보던 케일럽 랜킨은 명함을 구기다시피 집어 들었다.) 뭐야, 필요 없⋯⋯,
⋯⋯.
야.
야. 야. 록스버그.
이거 봐. (반쯤 구겨진 명함을 랜들 쪽으로 밀어 준다.)
 
랜들 록스버그:(스파게티면을 우물우물거리다가 고개 돌린다.) 음?
뭔데? (명함 캐치.)
 
KP:「카밀라 디앨로」라는 이름이 적힌 명함은 그다지 특별할 게 없습니다.
앞면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명함의 뒷면은 조금 달랐습니다.
 
「어제 사람 죽은 거 봤죠? 다음 희생자는 당신들일 수도 있어요.」
 
「내가 나간 뒤, 조금 기다렸다가 604호로 와요.」
 
「따로따로 한 명씩 들어오는 거 잊지 말아요!」
 
KP:이쯤 랜들, 강제 지능 판정!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intelligence

보통

어려움성공
23vs.60
 
 
KP:당신은 그녀가 명함에 대고 무언가를 작성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말인 즉슨, 그녀는 이 명함을 당신들에게 주기 위해 미리 준비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케일럽 랜킨:⋯⋯.
사기꾼일까?
 
랜들 록스버그:모르겠는데⋯ ⋯.
너라면 믿을 것 같아?
 
케일럽 랜킨:몰라. (이 즈음 바텐더가 다시 만든 칵테일을 가져다 준다. 홀짝거리기 시작한다.)
아, 씨. 옷⋯⋯, 차가워.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세탁비는 받아야겠어.
같이 갈 거야?
 
랜들 록스버그:뭐, 그건 문제되진 않은데.
따로따로 오라고 했잖아.
근데 왜 따로 와야 하는 거지?
 
케일럽 랜킨:모르지. (깜빡.) 내가 먼저 들어가?
아니지⋯⋯ 내가 먼저 갈래. 넌 못 미더워.
 
랜들 록스버그:방 앞에서 기다릴까?

랜들 록스버그

luck

보통

어려움성공
26vs.85
 
 
케일럽 랜킨:그러든가. (고개를 살짝 돌린다.)
 
랜들 록스버그:오케이. (러스티 네일을 쭈욱 들이키고 일어난다.)
 
케일럽 랜킨:(마침 카타르시스는 오십 도를 넘어가는 독한 술이었고, 도수를 높이기까지 했으므로 그는 지금 조금 알딸딸하다.)
(그래서 하마터면 말해 버릴 뻔 했다⋯⋯ "신경 써 줘서 고맙다"고.)
(자칫 잘못했다간 그대로 내뱉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서, 케일럽은 아예 입을 다물고 있기를 선택한다.)
(조용히 일어선다.)
 
KP:오후 조사 기회 1회를 소모합니다. 남은 조사 기회는 오후 1회입니다.
 
BGM : Joep Beving - Etude
 
당신과 함께 출발한 케일럽은 604호에 먼저 들어갔고, 대략 삼십 분 후에 나왔습니다.
 
그리고선 피곤하다며 곧바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당신을 덩그러니 남겨 두고요!
 
KP:어쨌거나 랜들, 당신이 604호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바로 들어가시겠습니까?
 
랜들 록스버그:(케일럽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조금 찝찝하게 돌아봤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카밀라 디앨로:(당신의 것과는 사뭇 다른 구조의 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VIP룸이 아니었다.)
(그녀는 창가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각 자리엔 브랜디가 한 잔씩.) 어서 오세요.
여기 앉으실까요, 신사 분?
 
랜들 록스버그: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세요?
아니라면 서서 얘기해도 괜찮아요.
 
카밀라 디앨로:(이죽 웃는다.) 그건 신사 분께 달렸답니다.
제 말을 제대로 들어 주신다면 금세 끝날지도 모르고, 아니라면⋯⋯ 조금 더 걸릴지도?
어쨌거나, 오래 붙잡진 않을게요. 계속 서 계실 거예요?
 
랜들 록스버그:(그러면 곧바로 의자에 앉고는 다리를 꼰다.)
어쩐 일이세요? 여자 방 안까지 초대하시고.
 
카밀라 디앨로:(긴 손톱이 유리잔 표면을 두드린다.) 제게 신뢰가 너무 없으시네요⋯⋯.
뭐, 그럴 만 해요. 믿어 달라고 하진 않을게요. (몸을 살짝 숙인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자면,
내일 당신들은 죽습니다.
전 그걸 막으려 하는 거고요.
좀 관심이 생기세요?
 
랜들 록스버그:아, 아, 아. 잠시만요.
저 사이비에는 관심이 없어서요⋯⋯.
저, 세례명도 있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예요. 죄송합니다.
 
카밀라 디앨로:어머, 나는 사이비 아닌데. (턱을 괸다.) 이 호텔은 사이비가 맞지만요.
그런 이야기 못 들었나요? 당신이 십오 년 만에 나타난 1001호의 투숙객이라거나.
마스틴 재단에서 주최하는 경매라거나⋯⋯ 뭐 그런 것들 있잖아요.
 
랜들 록스버그:(랜들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잘못 걸렸다⋯. 이제 곧 천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겠지.) 네, 그렇긴 한데.
그거랑 호텔이 사이비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죠?
 
카밀라 디앨로:제 말 잘 들으시는 게 좋을 걸요, 앞선 1010호 투숙객 분께선 주의 깊게 들으셨어요.
십오 년 전까지, (손톱이 잔을 툭, 툭⋯⋯) 마스틴 호텔에선 매해 경매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 경매 행사에선 최소 두 명의 사람들이 사라졌고요.
수사는 안 됐죠, 실종이지 살인이 아니니까. 게다가 보통은 호텔에 묵은 두 명이 사라지면 사랑의 도피라고들 하잖아요?
뭐, 그런 일이 있었는데. (힐끔.) 여기까지 이해하셨나요?
 
랜들 록스버그:흠⋯⋯.
그런데 어떻게 제가 사라질 걸 알 수 있는 거죠?
 
카밀라 디앨로:당신과 아까 그 사람이 유이한 10층의 투숙객이니까.
1001호의 투숙객, 1010호의 투숙객.
이 호텔에서 사라지는 건 언제나 10층 투숙객들이었고, 현재 이 호텔 10층엔 당신들 둘만 머물고 있습니다.
답변이 되었을까요?
 
랜들 록스버그:당신은 누군데 이 사실을 알고 계신 거죠?
 
카밀라 디앨로:어제 죽은 형사 후배요. (이 즈음 그녀가 옆머리를 왼손으로 비비 돌려가며 꼬기 시작한다.)
 
랜들 록스버그:⋯⋯⋯.
그러면 간단한 일이네요. 당장 짐을 싸고 체크아웃하면 될까요?
 
카밀라 디앨로:이제야 관심을 좀 가지시는군.
하지만 불운하게도, 안 내보내줄 거예요.
십오 년만에 치러지는 의식이 내일이니, 아마 호텔 내외부의 경계도 최대겠죠.
그래서 오늘 당장 탈출하실 순 없어요. 내일이라면 모를까.
어때요, 협조하실래요?
 
랜들 록스버그:하아⋯⋯.
경찰수첩 한 번만 보여줘요.
 
카밀라 디앨로:(근처에 던져진 캐리어 쪽으로 고개를 까딱인다.)
보고 오시든가. 검은 파우치 안에 들었어요.
갈색 파우치 안엔 속옷 들었으니 조심해 주시고.
 
랜들 록스버그:당신 정말 내가 어려워하는 부류네.
됐어요. 믿을게.
 
카밀라 디앨로:당신 같은 남자 내가 형사질 하면서 한두 번 보는 줄 아나. (낮은 웃음 소리가 들린다.)
 
랜들 록스버그: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죠?
그리고⋯ 궁금한데, 왜 따로 보자고 한 거예요?
 
카밀라 디앨로:10층 머무는 둘이 한번에 들어가면 의심할 테니까.
당신은⋯⋯ 내일까지 잘 살아 있기?
그리고 내일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주기. 뭐 이 정도.
어렵지 않죠?
 
랜들 록스버그:알겠어요.
옷을 계속 버릴 순 없으니까 번호 적어드릴게요. 펜 좀 빌려주실래요?
 
카밀라 디앨로:말 걸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으니 이해 좀 해주세요. (앞주머니에서 펜을 꺼낸다. 한 바퀴 돌리고선 건넨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내일 전 호텔에 불을 지를 계획이에요.
따라 주시기로 약속했어요. 무르기 없기예요.
 
랜들 록스버그:뭐, 그러시죠⋯. (펜의 뚜껑을 열고는 냅킨에 전화번호를 반듯하게 적어 건넨다.)
제 방에 말도 없이 지르는 것만 아니면 돼요.
 
카밀라 디앨로:아. 뭐 그럴 건 아니에요. 당신들은 반드시 살려 내보낼 생각이니까.
이 호텔 씹새끼들은 다 죽여버릴 거지만. (웃는다.)
용건 끝이에요. 얼마 안 걸렸죠?
 
랜들 록스버그:(용건이 끝나면 평소와 같이 웃는다.) 내일 뵐게요.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을 나왔다.)
 
카밀라 디앨로:(나서는 와중,) 이봐요.
잠깐 뒤 좀 돌아 주실래요?
 
랜들 록스버그:(뒤 돌았다.) 용건 끝난 거 아니었어요?
 
카밀라 디앨로:여기 보고 한 번만 웃어 주세요.
당신 웃는 얼굴이 선배랑 닮아서.
 
랜들 록스버그:(그럼 뭐⋯)
(요청받은 대로 웃으면서 새끼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선배랑 이거였어요?
 
카밀라 디앨로:되고 싶었지. (따라 웃는다.)
전 너무 젊대요. 하하.
됐어요. 이제 가 보셔도. 수고하셨어요.
 
랜들 록스버그:안 됐어. 전 나이가 많아도 괜찮아요.
좋은 밤 보내세요.
 
KP:오후 조사 기회 중 1회를 소모합니다. 하루의 조사 기회를 모두 소모했습니다.
심야 시간을 사용하여 추가 1회 조사를 하거나, 혹은 패널티를 피하기 위해 바로 내일로 진행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떡할까요?
 
랜들 록스버그:흠⋯
(바로 자지 않고 케일럽 방 두드려도 돼?)
 
KP:가능! 저지를까요?
 
랜들 록스버그:(저지르자!)
 
케일럽 랜킨:(노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문을 연다.)
(아주 피곤한 낯이다.) 케이크 안 먹어.
 
랜들 록스버그:같이 눕고 싶어서 왔어.
 
케일럽 랜킨:혹시 술 많이 마셨어?
그 여자가 한 세 잔 따라 주든?
 
랜들 록스버그:아까 너랑 마신 게 전부야.
 
케일럽 랜킨:그런데 왜 갑자기 외로움이야. 답잖게.
 
랜들 록스버그:외롭지 않아.
그냥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너도 들었잖아.
 
케일럽 랜킨:⋯⋯.
 
랜들 록스버그:아니⋯ 이 얘기는 안에 들어가서 하자.
 
케일럽 랜킨:(한숨 쉰다.) 나 심란해.
너랑 있으면 더 심란할 것 같아. (그래도 문은 연다.)
 
랜들 록스버그: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미안. (방 안으로 들어선다.)
 
케일럽 랜킨:(당신의 것과 동일한 구조의 방이다. 물론, VIP용 스위트룸이었고. 그곳에 선 케일럽 랜킨은 무척⋯⋯)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 술 마시고 싶어⋯⋯.
바, 아직 문 안 닫았나?
 
랜들 록스버그:마셔.
룸 서비스 시키면 되잖아.
 
케일럽 랜킨:아.
(깜빡. 깜빡.) 룸 서비스. 맞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그러나 전화를 들지 않는다.) 누가 여기로 보낸 건지 기억이 안 나. 왜 나를⋯⋯,
나를 보낸 거지? 하필이면 날.
 
랜들 록스버그:야. (불러서 끊었다.)
그만 생각해⋯⋯.
 
케일럽 랜킨:너는 네 발로 왔으니까 이런 기분 모르겠지.
지금, 누가, 나한테,
 
랜들 록스버그:(그래서 손 뻗어서 입을 틀어막아준다.)
 
케일럽 랜킨:악의를─⋯⋯, (입이 틀어막힌다.)
(깜빡. 깜빡.)
 
랜들 록스버그:그만 말하라고.
 
케일럽 랜킨:(손이 당신의 손목을 텁, 잡아챈다. 미간이 구겨진다.)
(힘을 싣는다. 놓으라는 신호다.)
 
랜들 록스버그:네 얼굴 보러 온 거야. 심란한 얘기 좀 그만해.
 
케일럽 랜킨:(손톱을 세운다. 이대로 계속 힘을 싣게 두었다간 자국이 남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랜들 록스버그:놔줄 테니까⋯⋯.
너도 내 말 좀 들어.
(그리곤 손을 곧 아래로 내렸다.)
 
케일럽 랜킨:(제일 먼저 날숨이 터진다.)
(그리고선 조용하다. 고개를 푹 꺾고 바닥만 노려보고 있다.)
(한참 후에,) 잘래⋯⋯.
피곤해⋯⋯ (까딱.) 진짜 잘 거야?
 
랜들 록스버그:내가 그렇게 꼴도 보기 싫어?
 
케일럽 랜킨:누가 꼴도 보기 싫대?
 
랜들 록스버그:날 볼 때마다⋯
아니⋯⋯.
그냥 넌 내 존재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해.
 
케일럽 랜킨:(잠시나마 풀렸던 미간이 다시금 좁혀진다. 그는 짝다리를 짚은 채 당신을 바라본다.)
내 뭐가 또 불만인데?
내가 데리고 나와 줬잖아. 그때. 그걸로 얘기 끝난 거 아니었어?
 
랜들 록스버그:아니, 아니.
그냥 언제 봐도 그랬어.
비단 지금뿐만 아니라⋯⋯ 아니다, 그래. 이 얘기는 그만하자.
그럼 내가 싫은 게 아니란 거지?
불편하지도 않고.
 
케일럽 랜킨:⋯⋯.
집어치우자.
내 생각에, 지금 머리 깨질 것 같은 거의 팔 할은 너 때문이야.
잘 거면 씻고 나와. 그동안 있는 술 다 처마시고 뒈져버릴라니까.
 
랜들 록스버그:⋯⋯⋯.
한 가지만 말해둘게.
난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는 아냐.
(대답을 듣기 전에 욕실로 들어간다.)
 
케일럽 랜킨:뜨거운 감정을 느끼고 싶다느니 어쩐다느니, 그따위로 굴었으면서 말은 잘 하─ (쾅.)
(케일럽 랜킨이 닫힌 욕실 문을 노려본다. 오래⋯⋯)
(오래도록.)
(당신이 다 씻고 나왔을 무렵, 그는 침대의 가장자리에 누워 있었다.)
(자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듯 숨을 규칙적으로 쉰다.)
 
랜들 록스버그:(그리고 욕실에서 샤워를 마친 랜들 록스버그는 걸려있던 샤워가운으로 입고 밖으로 나온다.)
(슬리퍼를 끌고 침대까지 와 앉는다.) 케일럽.
 
케일럽 랜킨:(대답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있다.)
(당신은 그가 잠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랜들 록스버그:(몸을 조금 더 굽혀서 가까이한다.) 랜킨.
 
케일럽 랜킨:(대답하지 않는다⋯⋯)
(호흡이 조금 흐트러진다. 동요하고 있다.)
 
랜들 록스버그:(귀에 속삭인다.) 케이⋯⋯.
 
케일럽 랜킨:(대답하지 않는다. 어깨가 가느다랗게 떨린다.)
 
랜들 록스버그:⋯⋯.
(옆으로 가까이 누워서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케일럽 랜킨:(제대로 말리지도 않은 덕에 물기가 남았다.)
(그제야 그가 대답한다.) 너.
그런 목소리로 부르지 마.
 
랜들 록스버그:(딴소리를 한다.) 머리 말려야 하는데.
(불리한 너처럼.) 일어나기 싫다.
 
케일럽 랜킨:(그는 불리한 상태다. 당신 앞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이대로 자도 돼.
(그래서 딴소리로 받는다.) 자고 일어나면 말라 있어.
너나 제대로 말리고 와.
 
랜들 록스버그:말려줄게.
(몸만 뒤척여서 침대 옆 협탁에서 드라이기를 꺼내온다.) 일어나.
 
케일럽 랜킨:(그는 한참을 더 누워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오 분쯤 후, 그는 결국 몸을 일으킨다.)
드라이기 사용법은 언제 배운 거야? 순수 혈통이라는 게.
 
랜들 록스버그:(먼저 머리를 말리고 있던 랜들이 돌아본다.) 나 머글 세계로 온지 사 년 넘었어.
가까이 와.
 
케일럽 랜킨:(또 오 분쯤 버티고 있다.)
(그러다 느적느적⋯⋯ 간다. 아주 느리게.)
 
랜들 록스버그:느리잖아.
(무릎으로 기어서 네 뒤에 앉았다.) ⋯⋯.
화 풀어.
내가 잘못했어.
 
케일럽 랜킨:(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네가 뭘 잘못했는데?" 라고 말하려다가, 아니 사실은 소리를, 지르려다가, ⋯⋯)
(그만두었다. 드라이기 돌아가는 소리가 방 안을 채운다.)
(삼 분쯤 지났다.) 넌 항상,
내게 잘못하고 있어. (드라이기 소리.)
그래서 늘 화가 나.
 
랜들 록스버그:(알고 있어. 드라이기 소리에 먹혀들었다.)
(케일럽의 머리카락은 짧고도 얇아서.)
(숱에 비해서 금방 마른다. 드라이기가 멈춘다.)
근데 어떻게 해야 잘못하지 않을지 모르겠어.
그래서 지금은 그냥⋯⋯.
네가 날 포기해 줬으면 좋겠어. (케일럽 랜킨은 이걸 무슨 의미로 받아들일까?)
 
케일럽 랜킨:(당신은 알 길이 없다.)
(그는 휙 고개를 돌린다. 이제 완전히 마른 머리칼이 조금 흔들린다.)
(망설임 없이 침대로 간다.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돌아보지 않는다. 돌아보지⋯⋯)
(않는다.) 잘 거야.
자든가. 가든가. 마음대로 해. 네가 세상에서 제일 잘 하는 짓이지.
넌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도 하길 바라는 행동도 절대로 해주지 않게 만들어졌으니까, 네가 뭘 선택하든 나는 화가 날 거야.
 
랜들 록스버그:1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러면 앞으로도 고민 없이 내 마음대로만 할게. (드라이기를 내려놓고⋯)
(케일럽 랜킨의 양뺨을 붙잡아 가볍게 입 맞췄다 뗀다.)
잘 자.
갈게.
 
KP:당신은 바로 나섰습니다. 그래서 그가 무어라고 반응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알 길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방에 있었어도 알 길은 없었을 겁니다.
 
1001호입니다. 십오 년 만에 새 투숙객을 맞이한 방.
 
케일럽의 것과 똑같은 구조. 묵을 누군가를 기다렸다는 듯 방 안은 고적하고 쓸쓸합니다⋯⋯
 
그리고 잠.
 
멀리 붉은 산이 보입니다.
 
발 아래에선 초록빛의 바닷물이 절벽에 부딪치며 물거품이 되어 바스라지고, 하늘에는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 날아다닙니다.
 
명확한 때를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머나먼 옛날─아마 생물이 처음 출현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의 지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곳에 서 있는 당신에겐⋯⋯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차오릅니다.
 
아주 오래 헤매다가 드디어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공허합니다.
 
의심도 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것,
 
익숙하고 소중한 것을 빼앗겼습니다.
 
빼앗겼다면 빼앗겼다는 사실조차 잊으면 그만일 텐데, 하필이면 전부가 아니라 딱 절반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래서 텅 비어 공허한 자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바라보는 수밖엔 도리가 없습니다⋯⋯
 
⋯⋯정신을 차립니다. 바로 옆엔 케일럽이 있습니다.
 
그는 당신과 함께 걷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자각한 순간,
 
그가 감각하고 있는 세계,
 
바라보고 있는 풍경,
 
느끼는 온도,
 
촉감.
 
모든 것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가 당신의 신체 일부인 듯이.
 
혹은 둘이 하나인 것마냥.
 
완벽하고, 전능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감각.
 
동시에 영원한 평온함 속으로 추락하는 듯한 감각과 함께,
 
케일럽 랜킨:(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드문 일이다.) 이때엔⋯⋯
(아니, 정말 그였을까?) 아직 언어가 없었어.
모든 게 완전했으니까, 언어가 필요하지 않았어.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어. 완전하게.
 
랜들 록스버그:⋯⋯모르겠어.
왜 그런 식으로 말해? (지금 이 순간, 케일럽 랜킨이 아닌 그 누구여도 상관없다.) 이해했다면 이렇게 텅 비었을 리 없어.
네가 채워줄 것도 아니잖아⋯.
 
케일럽 랜킨: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어. 그런데⋯⋯
멀고, 공허하고, 추운 곳에서 깨어나 버렸지.
그러니까,
돌아가자. 응?
 
랜들 록스버그:⋯⋯어디로?
어디로 날 데려갈 건데?
중간에 두고 갈 생각이라면 관둬.
혼자 남겨지는 건 지긋지긋해⋯⋯.
 
케일럽 랜킨:모든 게 완전한 곳으로.
그곳에선 그리워할 필요도⋯⋯
사랑할 필요도 없어. 완전하니까.
한 마디만 하면,
나는 너를 아주 완전한 곳으로 데려가줄 수 있어.
여기를 집이라고 부르자. 응?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power

보통

실패
80vs.70
 
그럴까.
오늘따라 네가 엄청 귀엽고⋯
같잖게 보여.
그러자, 그럼.
 
대답하는 대신, 케일럽이 웃었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습니다.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그가 웃고 있었습니다.
 
그 얼굴은 정말로 완전해 보였습니다.
 
KP:⋯⋯그와 동시에 랜들, 잠에서 깨어납니다.
얼굴이 눈물로 젖어 있습니다. 이성치 체크.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sanity

보통

11vs.67
 
(짧게 읊조린다.) 빌어먹을.
 
KP:이성 1점 차감. 당신은 고독감을 느꼈는데⋯⋯
 
⋯⋯느꼈는데⋯⋯
 
고독감⋯⋯?
 
아니, 고독감이고 자시고, 일단 당신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엥???
 
읊조리는 목소리도 무언가에 막혀 버렸고, 눈앞이 새카맣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저 위에서부터 들려옵니다.
 
메이드:(그리고 그건, 당신이 아는 목소리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잠시만 조용히 있어 주세요!
 
덜컹거리는 느낌, 뺨에 닿는 직물의 감촉.
 
이거 설마⋯⋯
 
메이드:죄송해요, 죄송해요, 진짜 조용히 계시면 설명해 드릴게요⋯⋯!!!!!
 
랜들 록스버그:이거⋯⋯.
이거 뭐죠?
 
메이드:으, 으으, 으으으으⋯⋯.
 
그녀가 당신에게 대답하기도 전,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선배 메이드:─에이미!
에이미 터너!
 
메이드:으아아!
 
에이미 터너:네, 네!
무, 무, 무슨 일이세요!?
 
선배 메이드:1001호 손님 어디 갔어!?!?
 
에이미 터너:그, 그, 그, 그게, 그게!
제가 새벽에 문을 열었을 땐 이미 안, 안 계셨어요!
세탁물만 수거해서 나와, 나, 나왔는데⋯⋯!
 
선배 메이드:아니, 장난해!?
 
에이미 터너:죄송해요⋯⋯!!!
 
선배 메이드:아, 하아⋯⋯ 이거 어쩔 거야? 정말 중요한 제물이었는데.
10층은 네 담당이잖아! 그 사람 놓치면 우리 둘 다 끝장이라고!
 
에이미 터너:으으으, 으으으으으⋯⋯.
 
선배 메이드:에휴⋯⋯ 야, 야, 됐어. 일단 이불이나 치우고 와.
 
에이미 터너:네, 네에⋯⋯ 저, 저 가볼게요⋯⋯?
(그리고 다시 세탁물 카트가 굴러간다. 돌돌돌⋯⋯)
(⋯⋯그러던 와중,)
 
짐 웨이츠:잠깐, 미스 터너?
거기 멈춰 보세요.
 
에이미 터너:네, 네, 네에?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진다. 당신은 카트가 더 세게 진동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짐 웨이츠:미스 터너?
제 목소리 안 들리십니까? 카트 안을 좀 보죠.
 
─동시에, 카트가 무언가에 부딪치듯 멈춥니다.
 
그리고 그대로 기웁니다.
 
당신과 뒤엉켜 있던 세탁물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아래에 쏟아집니다. 아마⋯⋯ 그녀가 세탁물을 통로에 쏟아버린 듯싶습니다.
 
에이미 터너:(그리고선 어리버리한 목소리로,) 뭐, 뭐, 뭐라고 하셨죠? 죄송해요, 제가 잠을 못 자서⋯⋯!!
 
짐 웨이츠:하아⋯⋯.
쯧. 도대체 어딜 간 거야? 1001호 투숙객이 없으면 아무것도 진행할 수가 없는데.
됐습니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
 
에이미 터너:(그렇게, 사람의 기척이 한참 후 사라지고 나서,)
(에이미 터너는 급하게 카트를 열었다. 구석에 처박힌 랜들을 들여다본다.)
이제 나오셔도 돼요.
 
랜들 록스버그:(머리에 하나 붙은 양말을 손으로 떨어트린다.) ⋯⋯.
(랜들 록스버그, 눈칫밥만 몇 년을 먹은 인간.) 설명 안 하셔도 괜찮아요.
(상황을 이해했다.) 죽을 뻔했네.
아가씨가 구해준 거야?
 
에이미 터너:(그러자 그녀는 울상이 되어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저, 저어, 저어어어⋯⋯,
저 너무 무서웠어요⋯⋯. (주르륵 바닥에 주저앉는다.) 흐엉⋯⋯.
 
랜들 록스버그:이런⋯ 기껏 용감한 짓 했는데 울지 말고. (카트를 나와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다.)
들키면 잘릴 테니⋯ 아니, 이런 곳에서 계속 일해야 해?
파트타이머 자리라면 내가 줄 테니까 때려치워.
 
에이미 터너:(울먹거리면서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린다.) 흑⋯⋯, 저, 저.
십 층 손님은, 죽, 죽는다는 말이 있어서⋯⋯ 어제 604호 손님께서 말씀해 주셔서⋯⋯.
저 들키면, 분명 끝장나겠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울먹, 울먹,) 저, 저 같은 메이드에게 잘해 주신 건 손님이 처음이고.
저 어떡해요~!!! (으아앙!)
일 쳐버렸어~!!!
 
랜들 록스버그:어, 알겠어. 알겠어.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준다.) 누가 뭐라고 하면 내가 목에 칼 대고 협박했다고 해요.
 
에이미 터너:(울먹⋯⋯ 고개 든다.) 진짜요?
 
랜들 록스버그:(끌어안은 채로 바닥에 앉고는.) 응, 응. 그런데 혹시 1010호 고객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을까?
 
에이미 터너:(훌쩍, 킁. 랜들 옷자락 끌어다가 코도 푼다.)
(킁⋯⋯) 흑, 어, 네?
아, 아, 아아, 1010호!
(킁!) 제, 제가 갔을 때, 이미 안 계셨어요.
새벽에 먼저 옮겨지신 것 같아요.
(훌쩍⋯⋯) 구, 구하러 가야 하나요!? 중요한 분이신가요!?
 
랜들 록스버그:응~ 아니, 별 건 아니고.
내 구애인이야.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에이미 터너:헉, 헐.
엄청 중요한 것 같은데요!? (눈물 멈췄다.)
 
랜들 록스버그:아니 뭐⋯ 아무튼, 걔는 내가 찾으러 갈게.
아가씨도 같이 도망치자.
음⋯⋯ 내 차로 먼저 가있을래?
차키 줄 테니까. 운전은 할 줄 알아?
 
에이미 터너:(다시 고개 도리도리 젓는다. 훌쩍.) 저, 저어⋯⋯,
혼자 갔다가 잡힐 것 같아서, 무, 무, 무서운데, 흑, 저희 선배 진짜 무섭단 말이에요.
저, 저도 동행하면 안 되나요?
 
랜들 록스버그:⋯⋯나랑 동행해도 되겠어?
들키면 빼도 박도⋯ 아니다.
혹시 나이프 있어?
 
에이미 터너:그럼, 무,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 손님이 목에 칼 들이밀고 협박했다고 말해 버릴 테니, 허억.
나이프요!?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luck

보통

성공
80vs.85
 
 
에이미 터너:있어요! 메, 메이드의 필수품!
 
랜들 록스버그:줘 봐. 혹시 모르니까.
 
에이미 터너:(메이드복 앞주머니를 뒤져 벼린 날의 나이프를 꺼낸다. 건네면서,) 아, 맞아.
(노트도 한 권 꺼냈다. 1001호 투숙객의 일기다.) 저, 이것도.
604호 손님께서 중요한 거라고, 꼭 챙기라고 하셔서 일단 챙겼는데요⋯⋯. (같이 내민다.)
 
랜들 록스버그:(지금 여기서 읽어도 되나?)
 
KP:가능합니다! 바로 읽을까요?
 
랜들 록스버그:(드간다.)
 
KP:이성 1점 차감.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역마차에서 말들이 풀려나고 택시운전사가 빈 자리를 채운 건 오래전의 이야기다.
 마스틴 호텔의 역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1960년대, 악취미의 소유주가 사망하자 ‘마스틴 미네저리’는 무너졌고 동물들은 고향으로 돌려보내졌다.
 대신 그 자리에 호텔이 세워졌다. 스케이트장과 극장, 뮤직홀을 가진 거대한 호텔이었다. 소유주의 유언에 따라 동물을 구경하는 시대에서 인간을 구경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것이 동물의 수난시대가 종언했음을 알리는 것은 아니다. 살과 뼈를 가진 짐승은 언제나 불합리하게 갇혀 있다. 그저 착취당하는 종이 바뀐 것뿐이다.

 다음은 인간이다. 이 호텔 안에서 볼거리로 전락한 우리. 1001호의 나와 1010호의 그 사람.
 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나는 1010호의 그 사람이 아니라 캐서린을 사랑하는 채로 죽고 싶다⋯⋯ 내 연인을, 나를 음지에 가두어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그녀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나는 미네저리 안에 나를 내팽개쳐 두었다. 동물처럼 구경할 수 있도록. 910호의 당신과 1001호의 나. 당신이 1010호의 투숙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형사는 내게 정신이 맑아질 수 있는 주문을 주었지만, 알고 보니 단지 그릇을 바꾸는 주문일 뿐이었다. 사랑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다.
 그래서 이 종이에 내 마음을 옮겨 담는다. 읽을 이, 그러니까 아마 다음의 1001호 투숙객에겐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나는,

 나는 1001호의 투숙객이다. 도저히 끝낼 수 없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
 이 마음을 당신에게 버리게 해줘.
 
마지막 장을 읽습니다.
 
나는 1001호의 투숙객이다. 도저히 끝낼 수 없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
 
이 마음을 당신에게 버리게 해줘.
 
그 말이 저주처럼 작용합니다. 당신의 심장이 욱신욱신 아려오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과 이어지고 싶습니다.
 
영원히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전할 길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마음에 정신이 마모되어 갑니다.
 
이것은 십오 년간 이 호텔에 머물렀던 사랑,
 
당신에게 버려진 십오 년 전 1001호 투숙객의 마음.
 
KP:일기의 마지막 장을 읽은 랜들, 당신은 강렬한 사랑을 느낍니다. 일기에 남겨진 저주에 대항하기 위해 강제 정신력 판정.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power

보통

어려움성공
22vs.70
 
 
KP:그도 그럴 게, 그것은 당신 몫의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001호의 투숙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제물로 바쳐진다는 건 무언가와 한 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도 정신과 몸을 모두 다.
 
케일럽은 당신보다 이르게 '옮겨진' 즉 납치당한 상태입니다. 그를 내팽개쳤다간 큰일이 날 겁니다.
 
에이미 터너:(그리고, 옆에서 열심히 당신 얼굴만 들여다 보던 에이미 터너.) 저, 저기.
604호 손님께선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어요.
그리고 지배인의 사무실엔, 타, 타, 탈출을 도울 만한 무언가 있지 않을까요!?
 
KP:지금부터 안내하는 내용은 이 호텔─미네저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당신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전의 조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당신에겐 행동 기회가 정해져 있습니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7턴에, 조력자 NPC인 에이미와 카밀라가 존재하기에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감안하여) 인당 1턴씩을 감산하여 5턴.
1일차, 식당에서 기념 사진을 찍던 사교도들에게 대응한 행동으로 인해 경계도가 1단계 상승하여, 1턴을 감산하여 4턴.
랜들의 민첩 수치가 65 이상이므로, 행동에 제약이 줄어들기에 1턴을 가산하여 5턴.
최종 5턴의 행동 기회가 주어집니다. 턴을 계산하는 기준은 장소의 이동 혹은 특정 이벤트 발생입니다.
 
KP:에이미는 604호 손님이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있다 했고, 지배인의 사무실로도 향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자유로운 장소를 탐사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향할까요?
 
랜들 록스버그:아가씨, 지배인 사무실에 막 들락거려도 괜찮아?
거기 상시 아무도 없어?
 
에이미 터너:(그녀는 잘못 알아들은 듯,) 네, 네? 지배인 사무실에 마, 막 들어가다뇨, 당연히 안 되죠! (얼빵한 발언이나 하다가⋯⋯)
⋯⋯아! (그제야 핀트를 제대로 잡는다.) 아, 아!
바, 방금 전에 저랑 대화하셨으니까, 지금은 안 계시지 않을까요⋯⋯?
 
랜들 록스버그:바보, 돼지.
케이크나 더 먹일 걸 그랬어.
 
에이미 터너:어떻게 수, 수, 숙녀에게 그런 말을⋯⋯!!
 
랜들 록스버그:그럼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지배인 사무실부터 가는 게 낫겠군.
(에이미 머리 헝클이다가 일어난다.)
 
에이미 터너:(엉망진창이 된 머리로 함께 일어난다. 졸졸졸 병아리처럼 뒤따르기 시작한다.) 같이 가요~!
 
에이미가 안내한 곳은 1층, 로비 깊숙한 곳입니다.
 
그곳엔 떡갈나무 문이 위치해 있고, 그 무거운 문을 밀어 열자 정갈한 사무실이 드러납니다.
 
KP:호텔의 지배인, 짐 웨이츠의 사무실입니다.
커다란 책상은 서류 더미로 엉망이고, 그 뒤로 보이는 창밖 풍경은 어쩐지 안개로 희뿌옇습니다.
책상 아래엔 커다란 금고가 하나 열린 채 위치해 있습니다. 벽면 한쪽에 걸려 있는 커다란 사진은 무너지기 이전의 마스틴 미네저리를 찍은 것입니다.
 
랜들 록스버그:뭔가 어수선한데? (서류 더미 뒤진다.)
 
KP:정확히 짚었습니다. 이 방 안은 묘하게 어수선합니다. 관찰 혹은 자료조사 판정 두 번 진행합니다!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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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실패
74vs.65
 

랜들 록스버그

library use

보통

극단적성공
9vs.65
 
(행깎시켜줘)
 
KP:행운 9점 차감, 성공으로 간주하여 정보를 모두 공개합니다.
첫 번째 종이 뭉치는 채 보내지 않은 초대장들입니다.
이 호텔을 예약한 당신에게 온 것과는 다른 초대장으로, 의례적인 인사가 적힌 것은 같으나 “십오 년 전 막을 내린 ‘연인의 합일’이 부활했다”는 문구가 추가로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종이 뭉치는 고객 명단입니다.
명단에는 묵는 호실과 예약한 패키지 내용이 적혀 있는데, 제대로 읽자 하니 이 호텔의 투숙객 대부분이 사교도이며, 민간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당신과 케일럽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고, 당신은 뒤늦게 그것을 쇼 프로그램이라 적힌 란 아래에서 발견합니다.
 
KP:쇼 프로그램이라는 단락 아래, 둘의 이름은 나란히, 또 단둘이 적혀 있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쇼 프로그램은 어떤 쇼인지 상세히 적혀 있지 않나?)
 
KP:제대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아마 그 사실이 함의하는 바는, 이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이 프로그램이 어떤 쇼인지 알고 있다는 것 정도가 되겠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커다란 금고 쪽으로 간다.)
 
KP:책상 아래, 열린 금고 안에는 신문지가 한가득입니다. 그 아래에 가죽 파우치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파우치 안엔 오래된 양피지가 하나 들었는데, 그것엔 무척 뽐내는 어조로 불온한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KP:연인의 합일 한 쌍의 동물과 올바른 주문, 고대종의 수정을 필요로 하는 의식으로, 지금까지 마스틴 미네저리와 그랜드 마스틴 호텔에서 행해져 온 불온한 사교입니다.
동물 한 쌍을 정하여 마법진이 묻힌 땅에서 최소 48시간을 머무르게 한 후, 동쪽과 서쪽의 제단에 동물을 각각 한 마리씩 바치고 이마에 십자 흉터를 냅니다.
여러 명의 술자들이 높은 장소에 모여 주문을 암송하고, 한 명의 술자는 고대종의 수정을 들고 미리 정해 뒀던 장소에서 주문을 외웁니다.
그러면 상공으로 떠오른 연인이 하나의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가며 이 일대에 특별한 환상 현상을 일으킵니다.
그 아래엔 마력 증폭기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어쩐지 시계처럼 생겼습니다.
 
그런데, 금고 안의 자료를 뒤적이던 와중.
 
KP:누군가 들어오는 듯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이곳은 지배인의 사무실이므로, 누가 들어올지는 명백합니다.
랜들, 어떡할까요?
 
랜들 록스버그:(당연히 숨어야지.)
(근데 어디로⋯⋯⋯??)
 
에이미 터너:으아앙, 으아아아, 큰일이다, 큰─일이다⋯⋯!!!
 
랜들 록스버그:(책상 밑으로 에이미 데려가서 숨는다.)
 
에이미 터너:빠, 빠, 빨리! 빨리! (책상 아래로 냅다 랜들 잡아당긴다.)
 
KP:랜들, 은밀행동 판정!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stealth

보통

성공
57vs.60
 
 
KP:무사히 숨었습니다. 턴 차감 없습니다.
 
짐 웨이츠:(집무실에 들어온 그는 쿵쿵거리며 걷는다.)
(한손으론 휴대폰을 쥔 채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어딜 갔냐고, 그 새끼가!!
제대로 찾아! 손님들은 절대 모르게 해!
이게 어떻게 구한 수정인데⋯⋯ 마지막 한 알이란 말이야, 이번 쇼를 망치면 끝이야!
다시 그 광경을 볼 수 없으면 다 죽여버릴 줄 알아!!
(하며, 휴대폰에 대고 마구잡이로 화를 내다가 짜증스럽게 통화를 종료한다.) 쯧.
 
짐 웨이츠:(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챙겨 입는다. 다시 바깥으로 나가는 듯, 발소리가 작아진다.)
 
KP:짐 웨이츠가 사라졌습니다. 다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랜들 록스버그:(에이미를 품에 가두고 숨죽이고 있다가⋯) 갔지?
 
에이미 터너:으아아아아앙⋯⋯. (우는 소리 낸다. 진짜 울진 않았다.)
잡히면 전 죽었어요⋯⋯ 크흥.
 
랜들 록스버그:쉬, 쉬, 쉿. 쉿.
 
에이미 터너:헙.
쉬, 쉿.
(삼 초 뒤 다시,) 어떡해요~!!
 
랜들 록스버그:안 들켰잖아, 괜찮아.
(그리고 덜컹덜컹거리며 책상 밖으로 나가 커다란 사진 을 확인한다.)
 
KP:마스틴 미네저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이 그랜드 마스틴 호텔이 되기 전의 시절 말입니다.
공작, 사자, 도마뱀과 악어 등, 이국에서 나고 자란 동물들이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들을 구경하는 관광객까지가 한 화면에 찍혀 있으며, 사진 아래에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습니다.
 
「제물을 인간으로 대체하기 이전, 레이 마스틴의 영광스러운 나날」
 
랜들 록스버그:늦겠다, 에이미. 바로 갈 거야.
 
에이미 터너:(멍청~한 얼굴로 사진 보고 있다가 허겁지겁 고개 돌린다.) 네, 네!
 
랜들 록스버그:옷이라도 웨이터 복장을 빌리고 갈 걸 그랬나.
(카밀라가 있을 바로 에이미를 데리고 갔다.)
 
에이미 터너:헉.
그런데 웨이터 옷 입으셔도 잘 어울리셨을 것 같아요! 일단 잘생기셨고, (조잘조잘⋯⋯)
 
첫날에 레드그레이브 부인을 만났던 바로 그 레스토랑입니다.
 
조식 시간이 지났고 중식 시간은 아직 되지 않아,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있는 사람들도 대체로 공간을 빌려 커피나 한 잔 하는 분위기지, 무언가 식사를 하고 있진 않네요.
 
가장 구석의 자리에서 검은 곱슬머리의 여자가 당신들에게로 손짓합니다.
 
카밀라 디앨로:여─어. (윙크한다.) 아가씨, 진짜 구해냈네?
그리고 신사 분, 어서 오세요. 세탁 카트에 처박혀서 극적으로 목숨을 구한 기분은 어떻죠?
 
랜들 록스버그: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한 발 늦었네요? 1010호는 이미 털렸던데.
알고 계세요?
 
카밀라 디앨로:아아, 얘기 들었어요. 내가 우리 메이드 아가씨를 너무 오래 붙잡았던 모양이야⋯⋯
그야 이 바보 같고 사랑스러운 아가씨가, (까딱.) 한 번에 이해를 못 했단 말이죠. 아하하.
 
에이미 터너:헉, 제가요?!
제가 뭘요?!
 
카밀라 디앨로:이런다니까. (어깨 으쓱.) 뭐, 그래서 곤란해졌어요. 1010호를 따로 찾아야 하니까.
어쩔래요, 그 사람 중요해요?
아니라면 난 당신만이라도 데리고 나갈 의향 있어요.
 
랜들 록스버그:중요한 사람이에요.
가급적이면 데리고 나가고 싶은데요⋯⋯. 애초에,
둘 다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
 
카밀라 디앨로:형사라는 건 말이죠, 신사 분. (그녀가 테이블에 턱을 괸다.) 무엇보다도 융통성이 중요하죠.
한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두 사람을 구하는 게 낫고, 아무도 못 구하는 것보다 한 사람을 구하는 게 낫다.
팔십 퍼센트 확률로 백 달러를 받는 게 사십 펴센트 확률로 이백 달러 받거나 쪽박 차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을 뿐인데, 당사자 입장에선 느낌이 다른가요?
 
랜들 록스버그:그래도 안 돼요. 걘 고작 이백 달러로 퉁칠 수 없거든요⋯⋯.
(사실 나는 이 말을 하면서도,)
(도저히 논리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지극히 감정적으로 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조건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말은 안 할게요.
그래도 확률이 있다면 데리고 나가고 싶어요. 꽤 중요해요.
 
에이미 터너:(손 번쩍!) 그, 그 분!
구애인이셨다고⋯⋯!!!
 
카밀라 디앨로:하?
(처음으로 그녀의 낯이 조금 깨졌다.) 진짜?
 
랜들 록스버그:아, 아니⋯
하, 뭐 그래요. 비슷해요.
아무튼 그래서 도와주시나요?
 
카밀라 디앨로:하─아⋯⋯.
이런 뻔한 사랑 이야기, 정말 질색이야. ⋯⋯.
쯧. 내가 하려고 했는데. (다소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킨다.) 잘 들어요.
이 호텔 4층에 전기실이 있어요. 가서 합선을 일으켜 주세요.
그동안 이 아가씨는, (에이미 쪽으로 까딱인다.) 옥상 문을 잠그러 가고요. 옥상에 지금 사교도들이 모여 있다고 하니, 한 번에 보내려면 그 편이 나으니까.
그동안 내가 차를 가지고 올 거고, 짐 웨이츠⋯⋯ 그 씨발 새끼를 처리할 방법을 생각할 거예요.
그 다음부턴 내가 알아서 해요. 뭐, 탈출할 때까지 1010호를 찾아내면 더 좋고. 가능하다면야.
알아들었죠? 당신은 이 아가씨랑 다르게 한 번에 알아듣는 똑똑한 남자일 거라고 믿어요.
 
에이미 터너:저 바보예요?!
 
랜들 록스버그:응, 완벽하게 이해했어요. 아가씨가 바보인 것까지도.
 
에이미 터너:제가 바보인 것까지도?!
 
랜들 록스버그:그러면 연락은 전화로 하면 될까? 합선이 된 다음에도 전파가 잡힐지 모르겠네.
 
카밀라 디앨로:오, 좋은 지적인데.
으음, 합류할 장소를 정하죠. 보자⋯⋯,
온실? 1층이니까, 차로 접근하기 쉽고.
 
랜들 록스버그:⋯⋯그런데,
나도 가급적이면 그를 찾고 싶어요.
아까 말했던대로 구⋯ 하, 아무튼 중요한 사람이니까.
 
카밀라 디앨로:일만 제대로 풀리면 1010호를 데리고 탈출할 수 있어요. 짐 웨이츠도 사교도도 모조리 죽은 다음엔 뭐⋯⋯ 방해물이 없을 테니까.
우선 일에 집중해요. 사랑은 그 다음이에요. (깜빡.) ⋯⋯.
일반인 붙잡고 선배랑 똑같은 말을 하고 있네. 하하.
됐어요. 기다려줄 테니까 일단 가요. 온실에서 보는 걸로 하죠.
 
랜들 록스버그:알고 있어요. (짐 챙겨서 일어났다.) 아가씨, 제대로 이해한 거 맞지? 맡기고 갈게?
 
에이미 터너:옥, 옥상, 옥상 문을 잠그고, 온실, 온실에서 합류, 형사님은 차를 몰고⋯⋯ 소, 손님은 전기, 합선⋯⋯ 네!
저도 옥상으로 갈게요, 다녀오세요!
 
KP:전기실입니다. 유사시엔 들어올 일이 없습니다만, 에이미에게 마스터키를 받은 현재는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합선을 일으키려면 전기수리 판정을 해서 실패해야 합니다.
 
랜들 록스버그:후⋯⋯.
좋아, 가자.

랜들 록스버그

electrical repair

보통

실패
41vs.10
 
(와장창.)
 
와장창!
 
전선 두 개가 맞물립니다. 크게 스파크가 튑니다.
 
곧 여기저기에서 번쩍거리며 전류가 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작은 불꽃놀이 같네요.
 
KP:랜들, 지금까지 짐 웨이츠의 사무실 레스토랑, 그리고 전기실으로 이동하여 총 3턴을 소모하였습니다.
현재 남은 턴은 2턴입니다. 바로 온실로 향할까요?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intelligence

보통

실패
82vs.60
 
⋯⋯.
(바로 온실로 간다. 섣불리 움직이는 건 위험하니까.)
 
약속했던 온실입니다.
 
바로 어제 케일럽과 왔었죠. 화려하지만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즈넉한 곳.
 
호접란, 열대 식물, 외길의 짧은 코스와 중앙에 있었던 조각상.
 
KP:그런데, 랜들. 온실에 진입하는 순간에,
 
KP:당신은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들었습니다.
목소리는 여자의 것입니다. 누구냐고 한다면,
 
에이미 터너:─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KP:온실 깊숙한 곳입니다. 저번의 그 조각상이 있던 곳 말입니다.
 
랜들 록스버그:⋯⋯⋯.
2 1, 들어간다 2. 상황을 본다
(이⋯ 일단 둘다 들어갔다가 큰일날 수 있으니까.)
(지켜만 보자.)
 
에이미 터너:(비명 소리가 들린다. 더하여 들려오는 것은 에이미 터너의 발버둥치는 소리.) 놔, 놔, 놔주세요!
저한테 이러, 이, 이러셔 봤자예요. 제 일행들은 전부─⋯⋯
 
KP:그리고 나선 그녀의 악을 쓰는 소리에 섞여, 무언가를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것은 점점 온실의 바깥쪽으로 향하고, 당신에게로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도망칠 새도 없이 온실의 문이 벌컥 열립니다. 당신의 눈앞에 엉켜 있는 두 여자가 나타납니다.
한 명은, 여자에게 잡혀 관자놀이에 총이 들이밀어진 에이미 터너.
그리고 다른 한 명은⋯⋯
 
⋯⋯
 
나는 오늘 연인과 마스틴 호텔로 왔다. 오늘은 왠지 몸이 좋지 않다.
 
이상하다. 이상한 일이다. 그동안 내 연인이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 밤마다 꾸는 이 꿈도 관련 있는 걸까. 왜 1010호의 사람이 계속 꿈에 나올까.
 
연인은 아무것도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와 지내면 나는 영원히 음지에 피어 있는 식물 같다. 우리가 사랑한다고 그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나는 1010호의 그 사람이 아니라,
 
캐서린을 사랑하는 채로 죽고 싶다.
 
당신의 눈앞엔 910호 투숙객이 있습니다.
 
1001호 투숙객의 연인, 그를 음지에 가두어도 그가 사랑했던 사람.
 
십오 년 전, 1001호의 투숙객은 마지막까지 그녀를 사랑하고자 했을 것이고, 그러나 종국엔 도저히 끝낼 수 없는 사랑의 열병에 굴복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눈앞에 선 십오 년 전의 910호 투숙객,
 
레드그레이브 부인:(그녀, 910호 투숙객.)
 
캐서린 레드그레이브:(캐서린 레드그레이브는 버림받은 여자다.)
(실연당한 여자. 연인을 잃은 여자. 십오 년 전 910호의 투숙객이자 1001호의 투숙객이 애타게 사랑한 연인, 그러므로 그가 타인과 합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여자가,) 록스버그 씨.
나와,
나와 합일해요.
(그녀는 에이미 터너를 붙들고 있다. 오른손으론 리볼버를 쥐었고, 총구를 그녀의 관자놀이에 들이밀고 있다.) 나는 십오 년이나 이 의식을 기다렸어요.
 
랜들 록스버그:(양손을 주머니에 처박았다.)
(하등 쓸모없다는 눈빛으로⋯) 당신 합일이 뭔진 알아?
이 미친 호텔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제대로 이해하기는 해?
 
캐서린 레드그레이브:알아요. (그녀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한다.) 이 미친 호텔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그 미친 호텔의 미친 짓에 휘말려서, 내 연인이 나를 버리고 다른 인간과 영원히 함께하기를 선택했다는 것도 알아요.
이 순간만을 기다렸어요. 십오 년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합일의 때를.
당신이 1001호의 투숙객이 된 건 운명이에요⋯⋯.
 
랜들 록스버그:(아까 받았던 나이프를 주머니에서 빼놓고 겨눈다.) 총 놔.
그게 발포되는 순간, 합일이고 뭐고 당신을 죽일 거야.
칼 든 성인 남자 하나 상대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
아니 애초에⋯⋯.
910호는 합일의 자격도 없다며.
뭘 믿고 나와 합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캐서린 레드그레이브:(애처로운 인상의 우아한 귀부인.)
(적갈색 곱슬머리를 높이 틀어올려 묶었고, 척 봐도 값비싼 장신구를 몇 개씩이나 달고 있다.)
(오른손엔 핸드백 대신 총을 들고 있다⋯⋯ 그때와 다르게.) 십오 년 전에,
십오 년 전에 연인을 잃은 건 나예요.
그런데 왜 나는 1010호에 들어갈 수 없죠? 나도 들어갈 수 있어요!
무엇이 그렇게 아름다웠는지, 그래서 홀려 버렸는지, 그래서⋯⋯
그래서 나를 내버려 두고 다른 이를 선택했는지⋯⋯
나도 알아야겠어요. 나도 알아야겠다구요! (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다. 리볼버의 잠금장치가 풀린다.) 나와─
정원을,
걸어 주기로 하셨잖아요, 록스버그 씨.
약속했잖아요!
 
랜들 록스버그:(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슬픔에 매몰된 사람은 언제나 그렇다. 그들은 육신이 영혼을 따르지 못해 외로운 곳에 버려진 비참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잘 알고 있다.)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자신만을 향하고, 그것이 당최 이성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서⋯⋯)
(짧은 순간 전혀 문제 되지 않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구를⋯ 붙잡고,)
(틈을 주지 않고 곧장 제 쪽으로 당겼다.)
이거 놔, 캐시.
 
캐서린 레드그레이브:(사실은, 당신도 알고 있었겠지만.)
(캐서린 레드그레이브는 손을 떨고 있었다.)
(그런 여자들은 늘 그렇다. 슬픔에 매몰되어 돌아버린 여자들, 그래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하는 여자들. 그러나 정작 가 오면 무력해지고 마는 그런⋯⋯)
(여자, 캐서린 레드그레이브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기 시작한다.)
(총을 쥔 손에서 힘이 빠진다.) 왜 나를 버리고 간 거야?
왜 내가 아니라 1010호의 그 사람을 선택한 거야⋯⋯?
 
랜들 록스버그:(힘이 빠지면 총을 그대로 집어가고, 곧바로 잠금장치를 걸었다. 버리지는 않는다. 혹시 모르니까.)
(그리고 들썩거리는 캐서린을 가볍게 안아 두드려준다.)
(많이 놀랐을 에이미의 안색을 살폈다.) 아가씨.
옥상은?
 
에이미 터너:(마침 힘이 풀려 바닥에 주르륵 주저앉았다가, 메이드답게! 다시 허겁지겁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던 참이다.)
(고개를 들어올린다.) ─제대로 잠갔어요!
 
랜들 록스버그:(손은 멈추지 않았는데 얼굴만 화색이 돈다.) 잘 했네.
⋯⋯오는 길에 카밀라 씨는 못 봤어?
좀 늦는 것 같은데.
 
에이미 터너:아, 카밀라 씨도 곧─
 
KP:─그때였습니다.
에이미의 말을 가로막으며, 누군가 당신들의 앞에 나타납니다.
그는 총을 들고 있고, 비아냥대는 듯한 웃음을 입가에 건 채입니다.
 
짐 웨이츠:잡았다.
1001호.
손님, 도대체 어딜 가셨던 겁니까? (다가선다. 한 걸음. 총이 정확히 당신의 이마를 겨누고 있다.) 한참 찾았습니다.
 
랜들 록스버그:2 1. 쏴죽인다 2. 참는다

랜들 록스버그

luck

보통

어려움성공
38vs.76
 
⋯⋯.
당신 왜 살아있지?
 
짐 웨이츠:(눈매가 갸름해진다.) 무슨 소릴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손님.
의식이 곧입니다.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으신다면, 강제로라도 돌려 보내겠습니다.
 
랜들 록스버그:대답만 해. 604호 손님 어떻게 했어?
 
짐 웨이츠:604호⋯⋯? 아, 그 성가신 여자.
안타깝게도 어디 갔는지 몰라. 아마 도망을 친,
 
─것일까요? 정말로요?
 
사랑을 잃은 여자, 홀로 남겨진 여자가, 정말로 그의 유지를 두고 그렇게 쉽게 도망칠 수 있을까요?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호텔 쪽에서 창문이 터져나가고 불길이 치솟기 시작합니다.
 
당황하여 눈을 크게 뜬 짐 웨이츠가 그쪽으로 시선을 던진 사이,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더니,
 
덤불을 부수며 나타난 자동차가 그대로 짐 웨이츠를 처박습니다.
 
바퀴에 밀려 들어가며 그가 비명을 지릅니다.
 
그리고 나선 뼈와 살이 짓이겨지는 소리에 묻힙니다.
 
KP:랜들, 인간이 즉사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이성치 체크.
 
랜들 록스버그:

랜들 록스버그

sanity

보통

실패
81vs.67
 
 
KP:이성 1점 차감. 당신에게로 핏물과 함께 갈려나간 뼛조각이나 뇌수 따위가 튑니다.
 
카밀라 디앨로:(그리고 그녀가 차에서 내렸다.) 안녕.
너무 늦었나요?
 
랜들 록스버그:아니, 마침 극적인 타이밍이었요.
아침 안 먹길 잘했네.
 
카밀라 디앨로:오, 난 먹었는데. 잘 구운 소시지와 써니 사이드 업에 토스트까지 야무지게 챙겼죠.
어디, 보자⋯⋯. (주위를 휙 둘러 본다. 그녀가 몰고 온 것은 거대한 트럭이다. 그 안엔 민간인 몇 명이 타고 있었다.)
에이미는 태워야겠죠. 당신은⋯⋯,
1010호, 아직 못 찾았어요?
그리고 저 여자, (캐서린을 가리킨다. 그녀는 이제 주저앉아 울고 있다.) 저 여자는요?
 
랜들 록스버그:⋯⋯찾아서 데려온다는 거 아니었어?
(섬찟한 기분이 든다. 그럼 케일럽은.) 씨발⋯ 안에 있겠네.
에이미, 부인 좀 모셔. (캐서린을 에이미에게 떠넘겼다.)
 
에이미 터너:으엑.
제, 제, 제가요~?!
 
카밀라 디앨로:이 아가씨 또 이러네.
 
랜들 록스버그:난 안에 좀 가봐야겠어.
 
카밀라 디앨로:(깜빡.) 뭐라고요?
지금, (가리킨다. 타오르는 호텔 쪽을.) 저 안에.
가겠다고요?
 
랜들 록스버그:괜찮아.
익숙해. (부인에게서 뺏은 리볼버를 들고 곧장 호텔 안쪽으로 뛰어간다.)
 
카밀라 디앨로:자, 잠깐. 이봐요,
─이봐요, 1001호!
 
그 목소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당신은 불타는 호텔 쪽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안쪽으로 향할 필요까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로비입니다.
 
따뜻하다 못해 더운 공기가 쏟아집니다.
 
사방이 주홍색입니다. 마치 지는 노을처럼요.
 
그러나 이건 불길이죠.
 
주변에선 나무가 타고 있는데, 기이하리만치 달콤한 냄새가 났고⋯⋯
 
그리고,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차오릅니다.
 
아주 멀고 낯선 곳에서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을 헤매다가, 드디어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듭니다.
 
그 한가운데에,
 
케일럽 랜킨:(그가 서 있다.)
(그는 무척 온화한 표정이다. 지금껏 당신이 본 적 없을 그런 표정.)
안녕.
기다렸어.
 
랜들 록스버그:⋯⋯.
케이⋯ 너야?
꿈이라면 방해하지 마. 나 급해.
 
케일럽 랜킨:나는 나고⋯⋯
내가 아니기도 해.
하지만 그게 중요할까? 우린 이미 만난 적이 있었잖아.
네가 그랬잖니, 랜들.
여기를 집이라고 부르자는 말에, 네가 그럴까. 했잖아.
 
랜들 록스버그:중요해.
이젠 네가 진짜 케일럽 랜킨이 아닌 걸 알았어.
왜⋯ 왜 몰랐을까.
내가 알던 케일럽 랜킨은 그렇게 온화한 얼굴로 날 바라봐 주지 않는데.
내가 너무 주제넘었던 것 같네.
비켜, 그를 찾아야 해.
 
케일럽 랜킨:나는 케일럽 랜킨이 맞아.
그렇지만 그가 아니기도 해.
나는⋯⋯ 고대의 옛 것이야. 잠시 그의 몸을 빌렸어.
그러자 그의 기억이, 마음이, 감정이 온통 쏟아져서, 이젠 그가 나 같고 내가 그 같아졌어.
그가 나를 허락했기 때문에, 내가 그의 모습을 하고 네 앞에 있는 거야.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어서.
 
랜들 록스버그:미안하지만⋯⋯ 그가 허락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 애는 마음을 너무 쉽게 버려.
고대의 옛 것과 함께 갈 생각 없어. 이 의지는 견고해.
케일럽 랜킨을 만나게 해 줘.
설득하고 싶어. 이번엔⋯
이번엔 내가 그래야 해⋯⋯.
 
케일럽 랜킨:너 사실,
그 모텔, 별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지?
나도 마찬가지야⋯⋯.
후회하고 있어⋯⋯.
그곳에선 말이 필요 없었어. 모든 게 완전했으니까.
그리워할 필요도, 사랑할 필요도 없었어.
그곳이 우리의 왕국이었지. 그런데 너무 멀리 왔어.
너 돌아가고 싶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같이 가자는 거야.
 
그 말과 동시에, 깜빡.
 
KP:지금부터, 케일럽 랜킨에게 빙의한 고대종은 총 세 번의 주문을 겁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마력을 4점 소모합니다.
한 번이라도 그의 말에 설득되어 대항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엔딩으로 이어집니다. 유의하세요.
 
그리고 이곳은, 당신의 방.
 
둘은 산더미처럼 쌓인 케이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머리는 젖었고, 둘 모두가 목욕가운 차림입니다.
 
침대 위에 앉아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케일럽 랜킨:그리고 같이 케이크를 먹을 생각이었지.
아닌가?
그래서, 그거 왜 시켰던 거야? "정말로".
 
랜들 록스버그:시간 없대도⋯⋯. (작게 투정 부리면서도, 축축한 공기와 라벤더 샴푸향이 그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
엿 먹으라고 갖다 줬어.
네가 먹다 죽을 만큼 보내주면⋯ 먹는 순간마다 내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게 그렇게 나빠?
아무런 관심 없는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케일럽 랜킨:하하.
엿 먹으라는 뜻일 줄 알고 있었어.
그건 그렇게 나빠. 너는⋯⋯
그만큼 내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비겁해. 남의 마음을 취하고, 자신의 마음을 내어 주지 않는 건.
그건 우리가 타인이라서야.
그래서 합일해야 하는 거야.
같이 가자. 그러면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할 필요도 없어질 거야. 하나니까.
 
랜들 록스버그:비겁한 소리 하네.
마주 볼 용기도 없어서 고대종의 마음이나 빌린 주제에.
이번엔 내가 물어볼 차례야.
입 맞췄던 순간에 무슨 생각했어?
대답해, 내 마음에 들게.
 
케일럽 랜킨:이 마음의 주인은,
그러니까, 케일럽 랜킨이라는 작자는.
내게 자신의 몸을 넘기면서 말했어. 이딴 게 진짜 세계일 리 없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더라고. 그래서 물었지. 그랬더니 대답했어.
그가 나를 찾아오는 세계는 가짜라고.
그는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말도 하길 바라는 행동도 절대로 해주지 않게 만들어졌으므로, 그가 뭘 선택하든 자신은 화가 나야 하고,
그가 자신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세계라면 그건 거짓이라고 믿고 있었어.
답변이 됐을까? 나는 슬슬 돌아가고 싶은데.
 
KP:첫 번째 주문입니다. 대항하시겠습니까?
 
랜들 록스버그:걔는 그냥 날 모르고 싶은 모양이야.
하지만⋯ 됐어. 나, 케일럽 랜킨에게 기대하는 것 없어.
일전의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야.
어쩌면 엿일 수도 있고. (마력 차감합니다.)
 
KP:마력 4점 차감합니다. 현재 랜들 록스버그의 남은 마력은 10점입니다.
 
케일럽 랜킨:아. 이런. (낮은 웃음 소리.) 명색이 연인의 합일인데.
 
이제 이곳은, 온실.
 
둘은 거대한 조각상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조각상보다도 차라리 괴석에 더 가까워 보이는 회백색 돌은 둘의 한가운데에서 팔을 벌리고 있고,
 
조각상 옆의 설명문은 그것이 「서로를 껴안고 녹아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라고 기술합니다.
 
케일럽 랜킨:여기에서 내가 울었어.
왜냐하면, 나는 잠깐 향수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너무 오래 생각해서⋯⋯
네게도 잃어버린 것들이 있잖아.
그립지 않아?
 
랜들 록스버그:물론, 그리워.
한 순간도 잊은 적 없어. 우리 부모님도.
내 유년을 전부 바쳤던 호그와트도.
그 중심에 있었던 케일럽 랜킨도⋯⋯.
걘 나를 너무 사이코패스 취급하는 것 같아.
아니면 어떤 상처도 받지 않은 냉혈한이라거나.
걔 때문에 외롭고 슬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그런데.
사실 그렇게 취급해도 전혀 상관없긴 해.
난 사랑하고 그리워하지 빠져죽고 싶진 않거든.
잃어버린 것들은 내가 찾을 수 있어.
케이를 돌려줘.
 
케일럽 랜킨: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싶다고?
외롭고 슬픈데도?
모두가 모조리 하나가 된다면, 그래서 영원히 아름답던 과거로 돌아간다면.
잃어버린 것도, 남겨진 것도, 모든 것의 경계가 모조리 사라질 텐데도?
그래서 영원한 평온만이 남을 텐데도?
 
KP:두 번째 주문입니다. 대항하시겠습니까?
 
랜들 록스버그:아하하. 영원한 평온 말이지⋯.
내 삶이랑 별로 다를 게 없는 조건인데? (마력 차감한다.)
 
KP:마력 4점 차감합니다. 현재 랜들 록스버그의 남은 마력은 6점입니다.
 
케일럽 랜킨:호텔의 새 지배인은 방을 잘못 배정했어.
네가 1010호, 그리고 이 몸의 주인이 1001호였다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참 쉽게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아름다웠던 예전으로.
 
그리고 마지막,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간질이는 겨울입니다.
 
이곳은, 그랜드 마스틴 호텔의 자랑거리라고도 부를 수 있는 야외 스케이트장.
 
호텔의 뒤쪽에 위치한 커다란 아이스링크,
 
둘은 그곳에 있습니다.
 
케일럽 랜킨:(흰 스케이트날이 부드럽게 빙판을 가른다.)
(그는 당신의 손을 잡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움직인다.)
나는 너랑 달라.
완전해지고 싶어. 다시 외롭고 싶지 않아.
공허하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어⋯⋯.
그 불타던 모텔을 계속 그리워했으면서, 왜 내가 손을 내밀 때는 거절해?
 
랜들 록스버그:(랜들은 케일럽의 손을 잡고 빙판 끝과 끝을 가르고 있다.)
(내가 잡아주지 않아도.)
(내가 그를 이끌지 않아도⋯⋯.) 귀찮아.
진짜 케일럽 랜킨이었으면 세 마디만에 설득했을 텐데.
비겁한 새끼.
고대종, 이름이 있어?
 
케일럽 랜킨:없어. 우리에겐 이름이 필요하지 않아.
우리는 서로를 부르지 않으니까.
모두가 하나이므로 구분할 이름이 필요치 않아.
 
랜들 록스버그:그럼 외로워본 적은 없어?
 
케일럽 랜킨:없어.
모두가 하나이므로.
그런데 지금은 아냐. 외로워⋯⋯
반쪽이 떨어져 나가서⋯⋯
괴로워⋯⋯
너와 하나가 되고 싶어.
그러면 완전해져. 이전처럼.
 
랜들 록스버그:아하하.
케일럽의 얼굴로 그런 말을 하니까 꼭⋯⋯.
⋯⋯⋯.
씨발, 넘어갈 뻔 했잖아. (손을 뿌리친다.)
(그리곤 케일럽의 형체를 세게 밀어 뒤로 넘어트린다.)
넌 네가 어떤 모습이 어울리는지 몰라.
그러면서 무슨 그의 행세를 하겠다는 거야.
⋯돌려줘.
케일럽 랜킨, 듣고 있어?
넌 고집불통이야.
우리에겐 무엇보다 융통성이 필요해. 한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두 사람을 구하는 게 낫고,
하나가 돼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바엔 둘 다 괴로운 게 나아.
넌 대박이랑 안 어울려.
쪽박 차주겠다니까, 내가?
 
케일럽 랜킨:(듣고 있다, 는 말 대신에,)
(케일럽 랜킨이 울기 시작한다.) 다 너 때문이야.
완전해질 수 있었는데.
이런, 이런 게 진짜 세계일 리 없는데. 이런 형편없는 게 진짜 삶일 리 없는데⋯⋯
그럴 리 없는데⋯⋯.
깨우지 마⋯⋯ 꿈 속에서 살면,
싸울 일도 없잖아. 화낼 일도,
울 일도 없고, 상처받을 일도 없고,
내가 네 존재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면서?
그런 생각 안 해도 되잖아. 돌아가면.
혼자 남겨지는 건 지긋지긋하다고 했잖아. 중간에 두고 갈 생각 없어.
모든 게 완전한 곳으로 가자. 응?
그곳에선 그리워할 필요도, 사랑할 필요도 없어. 완전하니까.
여기를 집이라고 부르자, 제발⋯⋯.
 
KP:마지막 주문입니다. 대항하시겠습니까?
 
랜들 록스버그:(그러니까, 아주 옛날에는⋯)
(그 누구보다도 내가 더 많이 울었다.)
(울면서 부를 사람이 있었다. 찾아도 괜찮은 사람⋯)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울 수 있다는 건 그런 거지.)
(그래서 요즘에 나는, 나를 찾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당신을 보고⋯⋯)
(속 편하네. 같은 생각을 한다.) 꿈에서⋯⋯.
누가 그래.
꿈속에서 살면 싸울 일도, (앞으로 한 걸음.)
화 낼 일도. 울 일도. (또 한 걸음.)
상처 받을 일도 없다고?
개소리하네. 존나 상처야, 지금.
⋯⋯너 진짜 지긋지긋해.
내 인생에 도움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이럴 거면 불 타는 모텔에서 왜 끌고 나왔어? ⋯⋯.
⋯⋯.
셋 셀 거야.
나올 생각 없으면 두고 갈 거야.
(그리고 곧장 카운트다운을 한다.) 셋.
 
케일럽 랜킨:⋯⋯.
그걸 왜 내게 선택하게 해?
 
랜들 록스버그:너한테 선택권을 준 게 아니야.
둘.
 
케일럽 랜킨:삶이 형편없는 게, 나만 그런 줄 알아? (조급하게 말하느라 조금 더듬었다⋯⋯)
 
랜들 록스버그:빈곤해서 좋겠다. 멍청아.
할 말 끝난 거지?
잘 있어. 그럼.
 
케일럽 랜킨:⋯⋯.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간질이는 겨울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그랜드 마스틴 호텔의 자랑거리라고도 부를 수 있는 야외 스케이트장.
 
호텔의 뒤쪽에 위치한 커다란 아이스링크,
 
우리는 그곳에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간질이고⋯⋯
 
어느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머리칼에 눈송이가 내려앉아, 서서히 끝부터 젖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눈과 섞인 불티, 잿가루가 불어와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케일럽 랜킨:(고개를 든다.)
(눈가를 문질러 닦는다.)
소프 파크는 됐어.
집으로 갈래, 그냥⋯⋯.
 
랜들 록스버그:(입김이 얇게 샌다.) 미안해.
난 그냥 어떻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매번 그랬을 뿐이었어. 그런데,
우리 아직 그럴 때가 아닌가 봐.
(입꼬리를 당긴다.) 오래 기다렸어. 돌아가자.
 
여전히 스케이트화입니다. 빙판용으로 만들어진 신발을 신고 제대로 된 땅을 딛자니 영 힘겹습니다.
 
그렇게 절뚝거리며 아이스링크를 빠져나옵니다. 당신들을 본 카밀라가 담배를 끄고 운전석에 오릅니다.
 
일몰 시간대고, 호텔은 이제 거의 다 탔습니다.
 
당신들을 위한 뒷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재와 먼지, 몇 가지 상처와 눈. 젖어 물방울을 뚝뚝 흘리는 머리카락.
 
카밀라는 더 묻지 않았고, 차를 몰고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툭, 하고, 당신의 어깨에 케일럽의 머리가 닿습니다.
 
옷이 조금씩 젖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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